■ 안사람의병대 대장 윤희순 6편
■ 안사람의병대 대장 윤희순 6편
이듬해 6월 13일 유돈상이 처갓집에 머물러 있다가 일본 경찰에게 체포됐다. 무순감옥에서 한 달간 고문에 시달리던 그는 7월 19일 숨을 거뒀다. 감옥 밖으로 내던져진 시신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칼에 찔린 자국 천지였다고 한다. 아들의 시신 앞에서 윤희순은 부르짖었다.
“차라리 내가 죽고 말면 오죽 좋겠습니까. 우리는 만리타국에서 누굴 의지하고 살며 연직이와 연익이 이 어린 것을 누구에게 맡기오리까.” 며느리도 울부짖었다. “어머니, 만날 나가서 독립운동 하려고 하시더니 이 꼴을 보려고 그러셨습니까. 좋은 세상은 더욱 멀어지고 갈수록 험악하니 독립운동이 사람만 죽인 꼴이니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절망에 몸부림치던 며느리는 남편을 따라 세상을 떴다. 아들 유돈상과 며느리의 연이은 죽음에 말을 잃은 윤희순은 곡기를 끊었다. 아들이 숨진 지 열하루 째 되던 날 침묵 속에서 붓을 떨며 집필하던 <일성록>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녀는 파란 많은 생애를 마감했다. 윤희순의 나이 일흔 다섯이었다. <일성록>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적혀 있다.
“매사를 시대에 따라 옳은 도리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살아가기 바란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말인 것 같다.
윤희순은 여성의 연대를 꾀하고 투쟁 노래를 통해 독립의 의지를 다지는 삶을 살다 갔다. 그녀에게는 열혈 투혼을 가진 가족이 있었고, 가문 전체가 독립부대가 되어 싸웠다. 윤희순은 외세와 타협 없는 투쟁을 몸소 실천한 ‘춘천의 잔다르크’였다.
나라없이 살 수 없네 나라 살려 살아보세
임금없이 살 수 없네 임금 살려 살아보세
조상없이 살 수 없네 조상 살려 살아보세
살 수 없다 한탄 말고 나라 찾아 살아보세
전진하여 왜놈 잡자 만세 만세 왜놈 잡기 의병 만세
- 윤희순의 <의병군가> -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