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중근의 거사擧事
■ 안중근의 거사(擧事)
2월 14일은 발렌타인데이로, 연인들이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알고 있다. 원래 발렌타인데이는 그리스도교의 성인 발렌티노의 축일(祝日)이다. 3세기경 로마의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는 당시 결혼을 통해 병역 소집령을 기피하려는 젊은이들의 행태나 군인들의 군기 문란 등을 이유로 금혼령을 내렸다. 이에 로마 카톨릭교회의 성(聖) 발렌타인이 황제의 결혼 금지령에 반대해 사랑하는 남녀를 교회로 불러 결혼을 성사시켜주었고, 이 사실을 안 황제는 발렌타인을 처형했다.
성 발렌타인이 순교한 날이 바로 서기 269년 2월14일이다. 본격적으로 발렌타인데이에 쵸콜렛을 주는 문화가 시작된 것은 1936년 일본 고베의 한 제과업체의 발렌타인 초콜렛 광고를 시작으로, 1960년 일본 모리나가 제과가 여성들에게 쵸콜렛으로 사랑 고백 캠페인을 벌인 것을 계기로 정착됐다. 일본제과업체의 뛰어난 상술에 의해 지금의 발렌타이데이가 탄생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오래 전 부터 2월 14일을 연인들끼리 초콜렛을 주고받는 로맨틱한 날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사 속의 2월 14일은 그렇게 로맨틱한 날로 받아들이면 안 되는 날이다. 1910년 2월 14일은 일제에 의해 안중근의사가 사형을 최종적으로 확정 선고 받은 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중근 의사의 사형집행일은 3월 26일이었다. 안중근은 사형선고를 받고 항소를 포기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안중근 어머니의 편지 때문이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고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 즉 딴맘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어미는 현세에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다. 안중근은 어머니 말처럼 항소를 포기하고 선고된 뒤 한 달이 조금 넘은 3월 26일 오전 10시, 여순감옥의 형장(刑場)에서 순국하였다. 또 한 가지 더 기억해야 하는 날은 10월 26일이다. 이 날은 1909년 이또히로부미가 중국 하얼빈에서 안중근에게 사살 된 날이다. 우리 현대사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일이기도 하다.
이또히로부미가 중국 하얼빈에 온다는 것은 확실했지만, 거기서 내릴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리고 안중근은 이또의 얼굴도 몰랐다. 이런 상황에서 안중근은 10미터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가장 앞에 가는 사람이 이또라고 짐작하고 권총으로 정확하게 3발을 쏘아 맞추었다.
혹시나 그가 쏜 사람이 이또가 아닐까봐 옆의 수행원에게도 3발을 쏘아 정확히 맞추었다. 6발 중 단 한 발도 빗나가지 않았다. 그런 긴박한 상황에서 놀라운 일이다. 안중근은 엄청난 역사적 사건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