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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9일 토요일

애인희시愛人喜施 - 사람들을 사랑하고 베풀기를 좋아하다.

애인희시愛人喜施 - 사람들을 사랑하고 베풀기를 좋아하다.

애인희시(愛人喜施) - 사람들을 사랑하고 베풀기를 좋아하다.

사랑 애(心/9) 사람 인(人/0) 기쁠 희(口/9) 베풀 시(方/5)

좋은 글자만 모아 만든 듯한 이 성어는 성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의 행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劉邦(유방)의 사람 됨됨이를 묘사하는 첫머리에 나온다. ‘楚漢志(초한지)’ 등으로 잘 알려졌듯이 漢(한)나라의 초대 황제인 유방은 원래 太祖(태조)였는데 司馬遷(사마천)이 ‘史記(사기)’에서 高祖(고조)로 기술한 뒤부터 통칭이 되었다.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고 베풂을 어떻게 했는지 세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아도 高祖本紀(고조본기)에 대뜸 이렇게 기술한다.

유방은 코가 높고 얼굴은 용을 닮았으며 수염이 멋지고 왼쪽 넓적다리에는 72개의 검은 점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仁而愛人 喜施 意豁如也 常有大度 不事家人生產作業(인이애인 희시 의활여야 상유대도 불사가인생산작업/ 사람됨이 어질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베풀기를 좋아했으며 성격이 활달했다. 늘 큰 뜻을 품고 일반 사람들의 생산 작업에는 종사하려 하지 않았다)’고 했다. 豁은 넓을 활. 말하자면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큰 뜻을 품었다고 하지만 가업을 돌보지 않고 遊俠(유협)의 무리와 어울려 다녔으니 골칫덩이였던 셈이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신장이 팔 척이 넘고 힘은 산을 뽑을 수 있으며 楚(초)나라 명문 집안 출신인 項羽(항우)와의 쟁패전에서 최후의 승리를 거뒀을까? 천하를 통일한 후 부하들과의 연회에서 유방이 한 말에 사람을 사랑한 일단을 피력했다. 즉 계책을 세우는 일에는 張良(장량)만 못하고, 장병들에게 안정적인 식량을 공급하는 일에는 蕭何(소하)만 못하고, 전쟁에서 공을 세우는 일은 韓信(한신)만 못하지만 이 세 명의 걸물을 썼기에 천하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항우는 范增(범증) 한 사람도 못 품고 내쳤다. 司馬光(사마광)의 ‘資治通鑑(자치통감)’에 나온다.

원전은 어데서 나왔건 뜻 만으로의 愛人喜施는 종교마다 내세우는 인간을 존중하고 만인이 평등하다는 박애와 상통한다. / 글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