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갱수미 중구난조羊羹雖美 衆口難調 - 양고기 국이 맛이 좋아도 모두의 입맛은 못 맞춘다.
양갱수미 중구난조(羊羹雖美 衆口難調) - 양고기 국이 맛이 좋아도 모두의 입맛은 못 맞춘다.
양 양(羊/0) 국 갱(羊/13) 비록 수(隹/9) 아름다울 미(羊/3) 무리 중(血/6) 입 구(口/0) 어려울 난(隹/11) 고를 조(言/8)
羊羹(양갱)이란 맛 좋은 과자는 팥 앙금에 설탕과 밀가루, 엿 등을 틀로 쪄서 굳힌 것이다. 그런데 왜 더 군침 돌게 양고기를 넣은 국이라 했을까. 중국에서 기원전부터 존재했던 양갱은 양의 피와 고기로 만들었고, 일본에 전해졌을 때 양고기를 넣은 국물로 만들어 요칸ようかん이란 이름이 붙었단다.
양갱도 좋고 양고기로 끓인 국도 맛이 좋을 텐데 입맛은 제각각이라 모두에 다 맞출 수는 없다. 양갱 맛이 아무리 좋아도(羊羹雖美) 여러 사람의 입맛을 골고루 다 맞추기는 어렵다(衆口難調)는 말은 저마다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뜻을 지녔다. 억지로 다른 말이 나오는 입을 막았다간 탈이 난다.
이 성어가 널리 알려져 익숙하게 된 것은 이전 한자 교재였던 ‘明心寶鑑(명심보감)’에 실린 명구였기 때문이다. 고려의 秋適(추적)이 이전부터 전하던 금언과 명구를 모은 책인데 마음의 성찰과 방법에 대한 글들을 소개한 省心篇(성심편)에 나온다. ‘한 자의 구슬이 보배가 아니요, 오직 촌음을 다투어라(尺璧非寶 寸陰是競/ 척벽비보 촌음시경)’란 유명한 구절 뒤에 따른다.
이보다 앞서 이 말이 등장하는 곳은 중국 宋(송)나라 때 발간된 불교서적 ‘五燈會元(오등회원)’이라 한다. 傳燈錄(전등록), 廣燈錄(광등록) 이하 다섯 가지 선종 사서를 慧明(혜명) 등이 하나로 엮은 禪宗(선종)의 통사로 알려져 있다.
글이 실린 부분을 보자. 한 스님이 대사에게 가르침을 구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골고루 적셔 주는데, 어찌하여 여러 나무들은 가지런하게 자라지 않습니까(一雨所潤 爲什麼萬木不同/ 일우소윤 위십마만목부동)?’ 什은 열사람 십, 麼는 작을 마. 그러자 대사가 비유를 들어 답한다.
‘양고기 국이 아무리 맛이 있다고 해도 먹는 사람의 입맛에 다 맞추기는 어렵다(羊羹雖美 衆口難調/ 양갱수미 중구난조).’ 사람이 얼굴 모양이 각기 다르듯 성격과 호불호도 같을 수가 없다. 같은 말을 들어도 듣는 귀가 다르듯 이해하는 것이 다르고, 같은 물건을 다른 모양으로 본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니 각자의 의견이 모두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윗사람이 아주 멋진 의견을 내어 부하 99명이 좋다고 한다. 단 한 명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반대를 할 때 무조건 묵살을 할 것인가. 아흔아홉 사람도 각기 정도가 다를 것인데 윽박지른 것일 수도 있고, 소수 의견이 옳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의견을 모아 일을 처리하는 것이 무난하다.
억지로 하면 牽强附會(견강부회)라 하고, 되지 않는 고집만 부리면 漱石枕流(수석침류, 漱는 양치할 수)라며 배척당한다. 결론이 나면 과감히 밀고 나갈 리더십이 필요하지만 내 의견만 항상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고 하면 분란만 일어난다. 정당에서나 노사관계서나 마찬가지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