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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8일 목요일

양성인兩性人 사방지 1편

■ 양성인兩性人 사방지 1편

■ 양성인(兩性人) 사방지 1편

「조선왕조실록」은 정치사뿐만 아니라 문화와 사회의 변천사를 살피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왕실 뿐 만 아니라 일반 백성들의 생활도 알 수 있는 조선왕조실록에는 많은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가 실려 있지만, 당시 사관들이 기록하기에도 난감한 사건들이 많았다. 어우동(於于同)이나 유감동 같은 희대의 스캔들이나 여자들끼리의 동성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세조 때 있었던 선비 김구석(金九錫)의 아내 이씨와 노비 사방지(舍方知)의 간통사건은 요즘 시대에 일어났다 해도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양반 댁 마님과 노비의 간통사건이 발각되면 재판권을 갖고 있는 수령이 두 사람을 법에 따라 처벌하고, 여인은 자녀안(恣女案)에 올리게 된다. 고려 시대부터 시작된 자녀안은 행실이 음란하고 방탕한 사대부 가문의 여자를 기록해 국가에서 그 신분을 낮추거나 자손들의 관직 등용을 제한하기 위해 만든 장부인데, 여기에 등록이 되면 당사자는 물론 가문까지도 사회적으로 매장되기 때문에 가족들에 의한 명예살인도 종종 일어났다.

그런데 이씨와 사방지의 경우는 적용할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사건 관련자들의 신분도 규정하기가 애매해서 임금과 조정 중신들이 골머리를 앓았다. 이씨는 공신의 자손으로 명문 사대부가에 시집 장가보낸 자식이 둘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애정행각을 당당하게 과시한 여걸이었고, 노비인 사방지는 남녀 구별이 모호한 양성인(兩性人)이었기 때문이다.

사방지(舍方知)는 세종의 부마인 안맹담 집안의 사노비(私奴婢)였다. 안맹담은 세종의 둘째딸 정의공주와 혼인하여 장인인 세종의 사랑을 받았지만, 술을 너무 좋아한 탓에 1462년(세조8년) 술병으로 죽었다. 그의 아내 정의공주는 어렸을 때부터 매우 총명해서 아버지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고, 여러 대군들이 풀지 못한 사투리 문제를 해결하여 큰 상을 받았던 바 있다. 세조는 왕자 시절부터 막내여동생인 그녀와 함께 불경을 언해(諺解:한글로 풀이하다)하는 등 매우 각별한 사이였다.

이처럼 막강한 가문의 사노비로 태어난 사방지는 기이하게도 음양인(陰陽人)이었다. 음양인은 해부학적으로 자웅동체(雌雄同體)로, 태어날 때부터 여자와 남자의 성기를 동시에 가지고 태어난 사람을 말한다. 통상 ‘남녀추니’ 또는 ‘어지자지’라고 하거나 고상한 표현으로 ‘고녀(睾女)’ 또는 ‘반음양(半陰陽)’이라 부른다. 사방지는 이런 반음양 중에서도 유전적으로는 여성이지만 외부생식기는 남성의 형태를 갖춘 특이한 존재였다. 요즘의 트랜스젠더와는 또 다른 부류라고 할 수 있겠다.

-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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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 KIMSEM의 역사로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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