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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7일 목요일

◇ 미륵사지 석탑, 어둠이 내리면 1400년 전 백제의 밤이 깨어난다

◇ 미륵사지 석탑, 어둠이 내리면 1400년 전 백제의 밤이 깨어난다

◇ 미륵사지 석탑, 어둠이 내리면 1400년 전 백제의 밤이 깨어난다

"백제 무왕이 이 풍경을 봤으면 무덤에서 일어났을 겁니다." 지난 4일 오후 8시 이제 전북 익산 미륵사지(규모 1296만㎡)에 어둠이 내리면서 경관 조명이 하나둘 켜졌다. 미륵사지석탑(국보 11호)을 비추는 노란 조명 30여 개가 일제히 켜지자 관광객들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미륵사지석탑은 백제 무왕(재위 600~641)대에 지어졌다. 현존하는 최고(最古)·최대(最大) 석탑이다. 석탑 곁을 지키는 높이 3.95m의 당간지주(보물 236호)도 불기둥이 솟아 오르는 듯한 모습을 뽐내며 미륵사지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익산의 대표 유적인 미륵사지석탑은 1915년 붕괴한 부분을 콘크리트로 땜질하고 나서 80년 동안 사실상 방치돼 있었다. 화강암으로 만든 탑과 콘크리트의 불편한 동거에 관광객들도 발길을 돌렸다. 지난 1992년 복원된 미륵사지동탑마저 부실 복원 논란에 휩싸이면서 미륵사지는 명성을 점점 잃어갔다.

문화재청은 지난 1999년부터 미륵사지석탑을 해체하고 보수를 시작했다. 해체 작업 10년 만에 역사학계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탑을 만들 때 안치했던 사리장엄구(보물 1991호) 등 1만점에 가까운 유물이 나왔다. 국보급 유적이 쏟아져 나오자 익산시와 전북도는 미륵사지를 체계적인 관광지로 개발해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미륵사지를 올렸다. 마침내 지난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미륵사지석탑 보수 작업은 지난해 6월 마무리됐다. 보수를 마친 석탑은 높이 14.5m, 너비 12.5m에 무게는 약 1830t에 달했다. 20년 만에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미륵사지석탑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렸다.

미륵사지 등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할 국립익산박물관도 지난 1월 10일 문을 열었다. 미륵사지 바로 옆에 연면적 7500㎡, 전시실 면적 2100㎡ 규모로 지어졌다.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지하 2층, 지상 1층으로 건립한 유적 밀착형 박물관이다. 미륵사지 유물 2만3000여 점과 전북 서북부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 3만점을 소장하고 있다. 국립익산박물관은 개관 한 달 만에 26만8495명이 다녀갔다. 작년 동월 대비 20배가 넘는다. 조계남 익산시 홍보담당관은 "백제 유산 관광 산업을 통해 앞으로 5년 동안 50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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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사지와 국립익산박물관이 위용을 갖추자 익산시는 백제고도 익산, 관광도시 익산을 선포하고 관광산업 육성에 나섰다. 미륵사지와 백제왕궁, 무왕릉 등 핵심 유적 6곳에 예산 3600억원을 투입한다.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에 석탑을 제외하면 옛 건축물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홀로그램 등을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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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