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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6일 수요일

숙맥불변菽麥不辨 - 콩과 보리를 구별못하다, 어리석고 못난 사람

숙맥불변菽麥不辨 - 콩과 보리를 구별못하다, 어리석고 못난 사람

숙맥불변(菽麥不辨) - 콩과 보리를 구별못하다, 어리석고 못난 사람

콩 숙(艹/8) 보리 맥(麥/0) 아닐 불(一/3) 분별할 변(辛/9)

확실히 아는 것이 없으면서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무식하다고 비웃는다. 흙을 고르는 고무래를 옆에 두고도 같은 모양의 丁(정)자를 모른다고 目不識丁(목불식정)이라 한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속담과 같다. 고기 어(魚)자와 노나라 로(魯)자를 혼동했다고 魚魯不辨(어로불변)이라 놀리기도 한다. 어중간하게 아는 것은 잘 한 일인가. 장마당에서 굿판을 구경하는데 뒤에서 난쟁이는 볼 수가 없어 앞사람이 전해주는 대로 덩달아 이야기한다. 이런 矮者看戱(왜자간희)도 욕을 먹는다. 차라리 ‘모르면 약이요 아는 게 병’이란 말을 새기면 맘 편하다.

글자를 모른다고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겠지만 주식으로 매일 대하는 콩과 보리(菽麥)를 구분하지 못한다(不辨)면 문제겠다. 밭에다 심을 때는 같지만 자랄 때나 낟알 모양은 전혀 다르므로 이것을 구분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말은 무식의 정도가 아니라 사리 분별을 못 하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고지식하거나 우둔한 사람을 뜻했다. 줄여서 菽麥(숙맥), 또는 센 말로 쑥맥이라 사용하기도 한다. ‘春秋左氏傳(춘추좌씨전)’에서 처음 등장하니 역사도 오래 됐다.

晉(진)나라의 厲公(여공)은 국력이 강성해지자 교만과 사치를 일삼고 미소년 胥童(서동)만을 총애했다. 대신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欒書(난서, 欒은 단란할 란) 등이 일을 꾸며 서동과 여공을 독살했다. 이후 맞아들인 왕이 悼公(도공)인데 왕위에 오를 때 자신이 원한 것이 아니라며 복종하도록 다짐을 받았다. 대신들은 명을 따르겠다며 답한다. ‘사실 주자에게는 형이 있었지만 지혜가 없어서 콩과 보리도 분간하지 못했으므로 임금으로 세울 수 없었습니다(周子有兄而無慧 不能辨菽麥 故不可立/ 주자유형이무혜 불능변숙맥 고불가립).’ 주자는 도공의 부친이 周(주)나라 망명 때 낳아 그렇게 불렀다. 도공은 왕권을 강화하고 현명하고 바른 정치를 펼쳐 다시 강국을 만들었다.

모든 사람이 다 잘난 세상에서 이처럼 우둔한 사람은 없다. 또 이런 사람은 지도층에 오르지도 못한다. 다만 너무 알아서 자기가 아는 것만이 옳다고 여기는 것이 더 문제다. 잘 알아도 주위의 의견을 듣고 잘 판단해야 할 일이라도 온갖 자료를 갖다 대면서 합리화시킨다. 이런 유식자보다 경청하는 무식자가 더 나을 수가 있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