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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7일 수요일

의이명주薏苡明珠 – 율무를 빛나는 구슬로 보다, 억울한 수뢰 혐의

의이명주薏苡明珠 – 율무를 빛나는 구슬로 보다, 억울한 수뢰 혐의

의이명주(薏苡明珠) – 율무를 빛나는 구슬로 보다, 억울한 수뢰 혐의

율무 의(艹/13) 율무 이(艹/5) 밝을 명(日/4) 구슬 주(玉/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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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꾀로 남을 골탕 먹이거나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하는 모함에는 필히 따르는 것이 있다. 작은 것을 크게 떠벌리는 針小棒大(침소봉대), 억지로 남의 작은 허물을 들추어내는 吹毛覓疵(취모멱자)다. 식용이나 약용 등으로 두루 쓰이는 율무는 薏苡(의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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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달이거나 利尿(이뇨)와 진통에 효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귀한 구슬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런데도 수레에 싣고 온 율무를 뇌물로 받은 明珠(명주)라고 옭아매는 바람에 억울한 누명을 썼다. 터무니없는 수뢰의 참소를 받거나, 반대로 근거 없이 남을 비방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薏(의)는 ‘억’으로도 읽혀 薏苡明珠(억이명주)라고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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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누명을 쓰고 그 동안 쌓은 명예가 땅에 떨어진 사람은 後漢(후한)의 명장이었던 馬援(마원, 기원전14~기원후49)이다. 光武帝(광무제)를 도와 북방 이민족을 평정하고, 남쪽의 베트남 북부 交趾(교지)의 난을 진압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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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노를 정벌할 때 말가죽으로 자기의 시체를 싼다는 馬革裹屍(마혁과시, 裹는 쌀 과)의 결의를 보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마원이 교지를 정벌하러 갔을 때 땅은 비록 황폐했지만 율무라는 식물이 생산되고 있었다. 그 열매를 먹으면 몸이 건강해지고 풍토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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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원은 교지에 있을 때 부하와 함께 자주 복용했고, 임무를 마치고 철군할 때 종자로 삼기 위해 한 수레 가득 싣고 돌아왔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 리 없는 사람들은 싣고 온 것이 남방의 진주나 코뿔소 뿔일 것(以爲前所載還 皆明珠文犀/ 이위전소재환 개명주문서)이라며 매우 부러워했다. 犀는 무소 서. 조정에서도 뒷말이 있었으나 공을 세우고 돌아온 마원에게 더 이상 캐물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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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후 마원이 변방 정벌 중 전장에서 숨지자 황제의 사위인 梁松(양송)이 옛날 수레 한 가득 보물을 싣고 온 적이 있다고 상소하는 바람에 작위가 모두 몰수되었다.마원의 부인이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바람에 진상을 알게 된 황제는 명예를 회복시켜 주고 장례를 후하게 치르게 했다. ‘後漢書(후한서)’ 마원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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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심한 사회에서는 남을 디디고 올라서려 하는 사람이 꼭 있다. 지도자는 구성원의 자질을 잘 파악하고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바람에 불이익을 받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 잘 이끄는 길이다. 물론 모함을 한 사람엔 정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아야 한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