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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29일 토요일

얼굴

얼굴

얼굴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를 꽂고 산들 무얼 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 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밤에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단 한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박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