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위열기자용女爲悅己者容 - 여자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치장한다.
여위열기자용(女爲悅己者容) - 여자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치장한다.
계집 녀(女/0) 하 위(爪/8) 기쁠 열(心/7) 몸 기(己/0) 놈 자(耂/5) 얼굴 용(宀/7)
기쁠 悅(열)은 ‘순종하다’, ‘사랑하다’란 뜻이 있다. 얼굴 容(용)은 ‘용량’, ‘받아들이다’, ‘치장하다’, ‘맵시내다’란 뜻도 있다. ‘여인은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한다‘란 뜻의 이 성어는 남녀 성 평등이 강조되는 요즘 세상에 무슨 엉뚱한 말인가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이 구절의 앞에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란 뜻의 士爲知己者死(사위지기자사)와 함께이면 달라진다.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고, 진심을 알고서 항상 감싸주는 사람에게 나쁜 감정을 가질 수는 없다. 더군다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라 한 사람도 있다.
刺客(자객)은 사람을 찔러 죽이는 전문적인 킬러를 말한다. 司馬遷(사마천)은 ‘史記(사기)’에 5명의 자객들을 등장시켜 박진감 있게 그린다. 자객열전에서 살인자인 이들을 협객으로 높인 것은 개인적인 은원이 아닌 자신의 가치를 인정한 사람을 위해 목숨을 버렸기 때문이다.
晉(진)나라 사람인 豫讓(예양)은 유력 씨족이었던 智伯(지백)에게 발탁되어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지백은 별 볼일 없던 그의 사람됨을 높이 평가하고 신임했다. 하지만 세력다툼에서 趙襄子(조양자)에게 패배하고 지백은 두개골이 요강으로 사용되는 수모를 입었다. 예양은 산속으로 도망치면서 복수를 다짐했다.
‘사나이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꾸민다고 했다. 목숨을 바쳐 지백의 원수를 갚아야만 내 영혼이 그에게 부끄럽지 않으리라(士爲知己者死 女爲說己者容 以報智伯 則吾魂魄不愧矣/ 사위지기자사 여위설기자용 이보지백 즉오혼백불괴의).’ 예양은 변장을 하고 몇 번이나 조양자를 습격했으나 실패했다.
의리 있는 선비라며 풀어주자 몸에 옻칠을 하고 문둥병을 가장하여 또 암살을 기도했지만 또 실패하자 조양자의 옷을 달라고 하여 옷을 찌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漆身呑炭(칠신탄탄)이란 말도 여기서 나왔다.
인재를 등용할 때 무엇인가를 바라지 않고 진심으로 그의 능력만을 산다면 배신당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오랫동안 상관의 덕으로 권력을 휘둘렀더라도 성심이 느껴지지 않을 경우 자신이 불리할 때면 등을 돌린다. 하급자의 배신을 욕하기 전에 상급자가 성심껏 자신을 대해 주었는지 알아 볼 일이다. 모든 일에는 신뢰가 가장 앞서기 때문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