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여행자의 청개구리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여행자의 청개구리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5년 11월 26일 수요일

여행자의 청개구리

여행자의 청개구리

여행자의 청개구리

내가 다니던 회사는 명동 근처에 있었다. 점심을 먹으러 명동쪽으로 가면 늘 외국인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그때는 그들의 여행자 신분이 참 부러웠다.

그런데 내가 여행자가 되고 보니 내 눈에 들어온 건 도시 근로자였다. 아침에 출근하고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퇴근 이후에 동료들과 한 잔 하는 도시 근로자들.

그들의 탄탄한 일상을 보며 불안정한 여행자의 신분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아침에 일어나 갈 곳이 있다는 것, 퇴근 후 일상을 공유하는 동료들과의 수다.

안정된 그들의 생활이 더 좋아 보이기 까지 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진리는 여행자에게도, 근로자에게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일을 할 땐 여행자를 보고 부러워하고, 여행을 할 땐 일하는 사람의 모습이 좋아 보이는 것.

아마도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라서 그럴 것이다. 여행이 길어질수록 나는 남의 떡 대신 내 것에 집중하는 힘을 키우려 노력했다. 지금 내가 가진 것,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내 것이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 덕분에 불안정한 여행자에서 벗어나 끝까지 즐거운 여행자로 살 수 있었다. 여행자의 청개구리 심보를 걷어차 버릴 수 있는 건 내 것을 진정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인 것 같다.

-여행가 정은길님의 글-

♨ 좋은글 더보기 : i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