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 힘이 산을 뽑고 기운은 세상을 덮는다, 영웅의 기개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 힘이 산을 뽑고 기운은 세상을 덮는다, 영웅의 기개
힘 력(力/0) 뽑을 발(扌/15) 메 산(山/0) 기운 기(气/6) 덮을 개(艹/10) 인간 세(一/4)
체격이 우람하고 힘이 센 壯士(장사)라면 먼저 누구를 떠올릴까. 우리나라서도 민속씨름에서 많이 배출한 천하장사나 서양 신화에 등장하는 헤라클레스(Heracles), 성서에 나오는 삼손(Samson)을 앞세우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도 과장된 표현으로 힘이 산을 뽑을 만하고(力拔山) 기운이 세상을 덮을 만한(氣蓋世) 項羽(항우)에는 미치지 못한다. 우리 속담에도 장사의 대명사로 항우가 등장하여 입증한다. ‘항우도 낙상할 적이 있고 소진도 망발할 적이 있다’며 실수를 조심하라고 했다.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말기 秦(진)나라가 쇠퇴한 뒤로는 楚漢(초한)의 대결로 압축됐다. 항우는 스물 네 살의 나이에 고향의 젊은이 8000명을 이끌고 천하통일에 나서 싸움터마다 승리를 거뒀다. 항우는 마지막까지 세력을 다퉜던 劉邦(유방)과 5년간을 일진일퇴하다 꼬임에 빠져 垓下(해하)라는 곳까지 밀렸다.
한의 명장 韓信(한신)이 이끄는 수십만 군사는 四面楚歌(사면초가)의 심리전을 폈다. 최후의 순간이 왔다는 것을 직감한 항우는 전장을 따라다니던 천하절색 虞美人(우미인)과 천리마 烏騅馬(오추마)를 향해 비탄의 노래를 불렀다.
‘힘이 산을 뽑을 만하고 기개는 세상을 덮을 만하도다(力拔山兮氣蓋世/ 역발산혜기개세), 시운이 불리함이여 오추마도 달리지 않는구나(時不利兮騅不逝/ 시불리혜추불서), 오추마가 달리지 않음이여 이를 어찌하리요(騅不逝兮可柰何/ 추불서혜가내하), 우여 우여 그대를 어찌하면 좋을꼬(虞兮虞兮柰若何/ 우혜우혜내약하).’ 兮(혜)는 음조를 올리는 어조사, 騅는 오추마 추. 우미인이 이어 화답할 때 항우가 눈물을 흘리니 주위의 모든 사람이 소리를 내어 울었다. 이후 烏江(오강)까지 쫓기다 항우는 최후를 맞는다. ‘史記(사기)’의 항우본기에 실린 내용이다.
‘항우 고집’이란 말도 있지만 너무 힘만 믿고 주위 모사들의 의견을 내친 결과는 천하통일 일보 직전에서의 좌절이다. 힘이 장사라고 함부로 대하다가는 인심이 멀어지고 목표도 달성하지 못함은 물론이다. 잘 하는 것을 내세우더라도 지혜롭게 주변의 의견도 청취할 줄 알아야겠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