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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9일 화요일

엿 먹어라! 1편

■ 엿 먹어라! 1편

■ 엿 먹어라! 1편

먹을거리가 많지 않던 옛날에는 귀한 군것질거리였던 ‘엿’. 달콤하고 맛있는 간식 ‘엿’이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일상 언어생활에서 부정적인 경우나 비속어로 쓰이게 되었다. ‘엿 먹어라’의 유래는 확실치 않고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膾炙)되게 된 사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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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는 초등학생이 중학교 진학을 위해 입학시험을 치르는 시대였다. 1965년 입학시험에서 지금의 과학에 해당하는 자연과목에서 엿을 만드는 재료에 대한 문제가 나왔다고 한다. 엿을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을 묻는 이 문제의 정답은 디아스타아제였다. 하지만 보기 중에 ‘무즙’도 있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무즙에도 디아스타제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한문제로 당락(當落)이 결정된 불합격자에게는 정말 억울한 일이었다. ‘무즙’을 정답으로 쓴 학생들의 부모가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문제를 출제한 서울시 출제위원회는 어떠한 경우든 정답은 하나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직접 ‘무즙’으로 엿을 만들어 보여주며 무즙에도 디아스타아제가 있으니 그것을 이용해서 엿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학부모들이 증명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난감한 일이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없었던 것으로 하고 모든 학생에게 1점의 가산점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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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에는 ‘디아스타아제’를 정답으로 쓴 학생의 학부모들이 항의를 시작했다. 틀린 학생도 점수를 주면 불공평하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출제위원회는 다시 원래 입장으로 돌아가서 ‘디아스타아제’만 답으로 하기로 결정했는데, 또 다시 혼란을 야기 시키고 말았다. ‘무즙’도 정답이라고 항의했던 학부모들이 다시 들고 일어났다. 학교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하며 서울시 교육위원회를 찾아가기도 했다.

지금도 대학입시에서 복수정답이 나오면 복잡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는 초등학생의 중등입시에서부터 극성스런 치맛바람이 일던 시절이니 정말 큰 사건이었다. 합격자 발표까지 다 된 상황에서 그 1점 때문에 원하는 중학교에 가지 못하게 된 38명 학생의 학부모들은 교육감 면담까지 했다. 항간에는 화가 난 학부모들이 무즙으로 만든 엿을 들고 가서 교육감에게 "엿 먹어라"며 던졌다는 소문으로 퍼지게 되었다. 학부모들은 무즙으로 엿을 만드는 것이 증명되었으니 합격 처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복수 정답을 인정하기 싫었지만 이를 인정하게 되었고, 그 학생들을 "정원 외 합격"으로 지원하는 중학교에 보내주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엉뚱하게 고위 관료의 자녀들을 슬그머니 끼워 입학시키는 부정입학 사건이 벌어져서 또 한 번 난리를 겪기도 했다.

- 2편에 계속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