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엿 먹어라! 2편
■ 엿 먹어라! 2편
어쨋든, 이 ‘무즙파동’으로 인하여 ‘엿 먹어라’라는 부정적인 비속어로 널리 쓰이게 되기는 했지만, 1930년대의 신문에도 이미 ‘엿 먹어라!’라는 표현이 나와 있다고 하니 이 또한 정확한 유래는 아닌 듯하다.
보통 우리 생활 속에서 ‘엿 먹어라’는 ‘혼 좀 나봐라’ ‘고생 좀 해 봐라’ ‘닥치고 있어라(엿을 먹으면 입에 붙어 말하기가 어렵다)’ 등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외국 영화에서 손가락 욕설과 함께 ‘Fuck You(성교:性交)’라는 대사가 나올 때면 주로 ‘엿 먹어라’로 번역 자막이 나온다. 그래서 ‘Fuck You(성교)’ 와 ‘엿 먹어라’가 혼동되어 성적인 욕설로 둔갑하기도 했다. 엿 자체에는 전혀 욕설의 의미가 없는데, ‘엿 먹이다’는 상대를 골탕 먹이거나 악의적인 의도로 하는 말이 되어버렸다.
우리나라에서도 ‘엿 먹어라’를 남사당패들이 성(性)적인 비속어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있다. 남사당패는 과거에 전국을 돌면서 줄타기, 재주넘기, 가면극 등을 하던, 요즘으로 치면 연예인들이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에게서 떨어져 패거리 속에서 성장하면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천민들이었다. 그들만의 집단생활을 하는데다가 입담 또한 거칠어서 여러 가지 은어와 비속어들을 사용했다. 그들이 사용한 성적인 은어 중에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말로 ‘뽁’과 ‘엿’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엿 먹어라’는 ‘성교(性交)’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또 우리의 고유 풍습에서 유래했다는 설(說)도 있다. 군역에 동원되었다가 고향에 가지 않고 그 지역에 주저앉아 살게 된 사람들이 초가집을 사면 엿을 돌리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는 딱히 계약서라는 것이 없어서 그래서 초가집의 소유권 분쟁이 일어나면, 그 집을 샀다는 증거로 주변인들이 엿을 먹은 날짜를 기억하는 것으로 대신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설(說)들도 문헌 증거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반론이 많지만,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근거는 될 수 있다.
또한 ‘염(殮:시체를 관에 안장함) 먹어라’에서 변형된 것이라는 설(說)도 있다. 즉, ‘엿 먹어라’는 ‘죽어서 관에 들어가라’ 는 저주를 퍼붓는 욕설이라는 것이다.
유래가 어찌됐건 ‘엿’은 현재 우리 생활 속에서는 결코 좋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 지금은 보기 어려운 풍경이 되었지만, 입시철에 자식을 들여보내고 닫혀진 교문에다 정성들여 엿을 붙이고 간절히 합격을 기원하던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