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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8일 목요일

오교삼흔五交三釁 - 다섯 가지의 우정과 그에 따르는 문제점

오교삼흔五交三釁 - 다섯 가지의 우정과 그에 따르는 문제점

오교삼흔(五交三釁) - 다섯 가지의 우정과 그에 따르는 문제점

다섯 오(二/2) 사귈 교(亠/4) 석 삼(一/2) 피칠할 흔(酉/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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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획이나 되는 어려운 한자 피칠할 釁(흔)은 한자전문교육기관 한국어문회의 특급에도 물론 들어가지 않는다. 간체로 衅(흔)이라고도 쓰는 이 글자는 그릇에 희생의 동물 피를 발라 제사를 지내는 것을 의미했다고 하고, 종이나 북에 피를 바르는 釁鐘(흔종)이나 釁鼓(흔고)라는 말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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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종은 孟子(맹자)의 以羊易牛(이양역우)에 나와 조금 낯익다. 불화나 분쟁이라는 의미도 있어 사이가 벌어져서 틈이 생기게 되는 실마리라는 뜻의 釁端(흔단)은 고전에 많이 사용됐다. 이 글자가 들어가는 성어 다섯 가지의 사귐(五交)과 세 가지의 흠(三釁)은 뜻이 좋아도 글자만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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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어가 일반에게도 널리 알려진 것은 한문학자 정민 교수의 ‘操心(조심)’에서 소개한 이후일 것이다. 중국 後漢(후한)이 멸망한 뒤의 혼란스런 시기 魏晉南北朝(위진남북조)때 南朝(남조) 梁(양)나라의 학자 劉峻(유준, 458~521)이 쓴 ‘廣絶交論(광절교론)’이 출처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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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안에서도 배우기를 즐기고 책을 많이 읽어 書淫(서음)이라 불렸던 그는 자그마한 이익을 좇아 우정을 좇고 저버리는 지식인들의 세태를 풍자해 글을 지었다. 우정에는 변함없는 素交(소교)가 있고, 이익만 추구하는 利交(이교)에는 다섯 가지의 유형이 있다면서 설명하는데 이것이 오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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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가 권세 있는 사람에 붙는 勢交(세교), 둘째는 재물 있는 자에 알랑거려 떡고물을 챙기는 賄交(회교), 세 번째가 입으로 살살거리는 談交(담교), 네 번째는 어려울 때 위하는 척하다 한 순간에 등 돌리는 窮交(궁교), 그리고 다섯 번째가 이익 여부를 무게로 재는 量交(양교)다. 이 다섯 가지의 이교에 세 가지 문제가 생기는 것이 삼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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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덕과 의리를 무너뜨려 금수와 같이 되는 것(敗德殄義 禽獸相若/ 패덕진의 금수상약), 둘째 우정을 굳게 하기는커녕 원수 되어 소송하고(難固易攜 讎訟所聚/ 난고이휴 수송소취), 탐욕의 수렁에 빠져 손가락질을 받는 것(名陷饕餮 貞介所羞/ 명함도철 정개소수)이 그것이다. 설명도 까다로운데 殄은 다할 진, 攜는 끌 휴, 饕는 탐할 도, 餮는 탐할 철. 饕餮(도철)은 탐욕이 많고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상상 속의 흉악한 짐승이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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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어려운 우정과 자칫하면 틀어지는 사이 말고도 빈부를 뛰어넘고, 신분 차이를 극복한 미담은 성어로 많이 남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 사이에 상대를 잘 이해하고 입장을 바꾸어 생각할 수 있어야 조그만 이해관계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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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을 두고 다투면 친구라도 적이 되는 賊友(적우)라는 말도 있으니 오직 바른 길로 사귄 친구만이 우정이 오래 간다는 道義之交可終身(도의지교가종신)의 교훈을 새길 일이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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