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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0일 수요일

춘한노건春寒老健 - 봄철의 추위와 노인의 건강, 오래 가지 못하거나 믿을 수 없음의 비유 

춘한노건春寒老健 - 봄철의 추위와 노인의 건강, 오래 가지 못하거나 믿을 수 없음의 비유 

춘한노건(春寒老健) - 봄철의 추위와 노인의 건강, 오래 가지 못하거나 믿을 수 없음의 비유\xa0

봄 춘(日/5) 찰 한(宀/9) 늙을 로(老/0) 굳셀 건(亻/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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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란 것이 있다. 이른 봄 각종 꽃이 필 시기에 기세 떨치던 겨울이 시샘하여 추워지는 날씨다. 강풍 폭설로 천지를 꽁꽁 얼게 했던 겨울도 계절의 변화에는 못 이기는 법이라 마지막 심술을 부려도 며칠 가지 못한다. 오래 가지 못하는 봄추위(春寒)다. ‘가을 더위와 노인의 건강’이란 속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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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와 마찬가지로 무더운 여름도 가을 되면 기가 꺾이고, 노인의 건강(老健)은 자랑해도 오래 가지 못한다는 비유다. 김삿갓의 시는 이에 더해 욕이 된다고 했다. ‘오복 중에 壽(수)가 제일이라 누가 말했나, 오래 살면 욕이 많다는 요임금 말이 귀신같구나(五福誰云一曰壽 堯言多辱知如神/ 오복수운일왈수 요언다욕지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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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가지 못한다는 비유로 봄의 추위와 노인의 건강을 꼽은 이 성어는 속담을 한역한 ‘旬五志(순오지)’에 처음 실렸다. 조선 중기의 문신 洪萬宗(홍만종, 1643~1725)이 병상에서 누워 지내다 민가에 떠돌던 정리하여 보름 만에 완성했다는 책으로 일명 十五志(십오지)로도 불린다. 봄 시샘추위와 팔팔하던 노인의 건강은 오래 가지 못해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春花老骨(춘화노골)이라 해도 같다. 조선 후기의 학자 趙在三(조재삼, 1808~1866)이 엮은 백과사전류 저서 ‘松南雜識(송남잡지)‘에도 등장하는데 여기에는 가을 더위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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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 지리부터 초목, 조류까지 다양한 주제 중에서 方言類(방언류) 편에 설명한다. ‘봄추위, 가을더위, 노인의 건강 세 가지는 모두 오래 가지 못하는 것인데(春寒秋熟老健 三者 不久長之物/ 춘한추숙노건 삼자 불구장지물), 본래 구양수가 한 말로 지금의 健(건)은 骨(골)자가 와전된 것이다(本歐陽之語 今健字訛骨/ 본구양지어 금건자와골).’ 이 책의 편찬이 발전적으로 계승했다는 李睟光(이수광, 睟는 바로볼 수)의 ‘芝峯類說(지봉유설)’에는 春寒秋熱老健(춘한추열노건)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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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추위와 가을 더위는 기후 변화로 여름과 겨울이 일찍 와 더욱 짧아지는 경향이다. 하지만 백세시대도 멀지 않은 장수사회에선 오래 가지 못한다는 비유의 노인 건강은 제외해야 할듯하다. 의학의 발달과 건강에의 관심이 높은 현대에서 無病長壽(무병장수)하며 壽福康寧(수복강녕)을 누리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번 널리 불렸던 가요 ‘백세인생’에서 자기를 오라고 저 세상에서 불러도 못 가는 핑계를 대는데 150세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장수가 좋다고 해도 건강과 복지, 삶의 가치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