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구분玉石俱焚 – 옥과 돌이 함께 타다.
옥석구분(玉石俱焚) – 옥과 돌이 함께 타다.
구슬 옥(玉/0) 돌 석(石/0) 함께 구(亻/8) 불사를 분(火/8)
귀한 구슬과 흔한 돌을 한꺼번에 옥석으로 비유하여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이른다. 좋은 일 가운데는 궂은일도 있을 수 있고, 이름난 것이라도 항상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할 때 ‘경주 돌이면 다 옥석인가’란 속담을 사용한다. 구슬인지 돌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옥석도 구별하지 못한다고 놀린다. 옥이나 돌(玉石)이 모두 함께 불에 탄다(俱焚)는 이 성어를 발음만 보고 잘못 이해하기 쉬운데 잘 구별해야 한다.
중국 유가의 5대 경전에 들어가는 ‘書經(서경)’에 이 성어가 등장한다. 숭상해야 한다고 尙書(상서)라고도 하는 이 책은 중국 고대 堯舜(요순)과 夏殷周(하은주) 시대에 걸친 기록을 孔子(공자)가 엮었다고 전해진다. 하나라의 4대 仲康王(중강왕) 때에 羲和(희화)라는 천왕의 관리가 있었다. 그는 행동이 바르지 못하고 자기 직책을 수행하지 못해 관내의 백성들이 따르지 않았다. 중강왕은 자신도 형이며 전왕인 太康王(태강왕)이 무도하여 다른 제후에게 나라를 빼앗기게 되자 형을 폐하고 왕위에 올랐지만 덕이 있어 백성들의 신망을 받고 있었다. 중강왕이 胤侯(윤후)라는 사람에게 명하여 휘화를 치게 했다.
윤후가 출정하면서 전쟁을 하는 취지를 밝힌 것이 胤征(윤정)인데 夏書(하서)에 나오는 내용을 보자. ‘곤강에 화재가 나면 옥과 돌이 함께 타 버린다. 천왕의 관리가 덕을 잃었으니 그 신하들도 함께 피해를 볼 것이다. 이에 그 수괴를 쳐서 멸망시키되 부득이 협조한 자는 엄중하게 죄를 묻지 않아도 된다(火炎崑岡 玉石俱焚 天吏逸德 烈于猛火 殲厥渠魁 脅從罔治/ 화염곤강 옥석구분 천리일덕 열우맹화 섬궐거괴 협종망치).’ 하늘의 뜻을 받들어야 할 제후 휘화가 덕이 없이 무도하게 다스리면 그 화가 선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나 속수무책으로 미치게 되니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자연재해일 때는 무차별적으로 화를 당하는 것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고르게 대비하지 못하고 윗사람이 제멋대로 하여 덕을 잃으면 억울한 사람이 많이 생긴다. 돌과 같이 있었던 옥은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는 말처럼 뜻밖의 화를 입은 셈이니 사람을 잘 가려 가까이해야 할 것이다. / 글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