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오지자웅誰知烏之雌雄 - 까마귀의 암수를 누가 알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다.
수지오지자웅(誰知烏之雌雄) - 까마귀의 암수를 누가 알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다.
누구 수(言/8) 알 지(矢/3) 까마귀 오(灬/6) 갈 지(丿/3) 암컷 자(隹/6) 수컷 웅(隹/4)
검은색은 대체로 어두움과 죽음을 상징하는데 이런 색깔을 온통 뒤집어쓴 새가 까마귀다. 까마귀는 예언을 할 수 있고 늙은 어미에게 反哺之孝(반포지효)하는 효성스런 새이지만 검은 색으로 인해 불길하고 불운을 가져오는 새로 배척받는다. 까마귀의 집단은 리더가 없는 단순한 집합체라는데, 이 때문에 烏合之卒(오합지졸)이라고 얕보인다. 보통 새들은 수컷이 암컷보다 깃털도 화려하고 몸통도 더 큰데 까마귀는 형태도 비슷하며 색깔도 다 같이 검기만 해서 어느 것이 암놈인지 수놈인지 구별 못한다고 화풀이도 당한다.
까마귀의 암컷과 수컷(烏之雌雄)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誰知)라는 이 말은 선악이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울 때 비유적으로 쓴다. 줄여서 烏之雌雄(오지자웅)이라 해도 같다. 중국 고대 周(주)나라에서 약 3000년 전부터 전해지던 시를 모은 ‘詩經(시경)’에서 유래했으니 역사도 오래다. 모두 305편의 시가 4개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중 잔치 때 사용되던 음악이라는 小雅(소아)편에 실려 있다. 모두 13개장으로 되어 있는 正月(정월)이란 시의 다섯 번째 부분을 보자.
‘산이 비록 낮다고 하지만 산등성이도 있고 구릉도 있네(謂山蓋卑 爲岡爲陵/ 위산개비 위강위릉), 백성들의 뜬소문을 어찌하여 막지 못하나(民之訛言 寧莫之懲/ 민지와언 영막지징), 저 노인장을 불러 꿈을 점치는 사람에게 물어보네(召彼故老 訊之占夢/ 소피고로 신지점몽), 저마다 자기가 성인이라 하니 누가까마귀의 암수를 구별할 수 있으리(具曰予聖 誰之烏之雌雄/ 구왈여성 수지오지자웅).‘ 이 시는 소인배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를 어지럽히자 이를 탄식한 내용이다. 주나라의 포악한 幽王(유왕)을 규탄한 것으로 해석하는 내용이다.
죄를 가릴 때 주장이 팽팽하면 범인을 찾기 어렵다. 단시일에 해결 못하고 미궁에 빠진 범죄라도 세월이 지나면 해결된다. 하지만 가치에 대한 판단이라면 사람마다 다르므로 대립할 수밖에 없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