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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30일 토요일

왕의 하루

■ 왕의 하루

■ 왕의 하루

왕조 시대의 왕은 지존(至尊)으로서 절대적 존재이고, 만백성의 어버이 같은 존재이다. 절대 지존인 왕인만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듯하다. 왕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빡빡한 스케쥴을 소화했어야만 했다.

왕이 처리하는 집무는 만 가지나 될 정도로 많다고 하여 ‘만기(萬機)’라 불렀다.

왕은 오전 5시부터 일과가 시작된다. 기상 직후 죽 한 사발 정도의 간단한 식사를 하고, 대왕대비를 비롯한 궁중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문안인사를 올리고, 직접 인사를 올릴 수 없을 때는 대신 내시를 보낸다. 해가 뜰 무렵, 왕은 신료들과 학문토론 겸 정치토론인 경연(經筵)에 참석한다. 경연이 끝나면 아침을 먹고 6품 이상의 관리들과 조회(朝會)를 시작하는데, 여기서 부터가 왕의 공식적 업무의 시작이다.

조회에는 문무백관이 모두 참여하는 정식조회(조참(朝參) 매월 5일, 11일, 21일. 25일)와 매일 시행하는 약식조회常參가 있다. 아침조회인 상참(常參)이 끝나면 승지(비서)를 비롯하여 공무가 있는 신료들로부터 업무를 보고받는다. 이때에는 반드시 사관(史官)이 동석한다. 왕에게 보고되는 업무를 사관이 직접 듣고 기록하기 위해서이다. 업무보고를 받고 나면 이어서 아침조회에 참석하지 못한 각 행정부의 관료들을 만나는데, 인원은 하루 5명 이하로 제한했고, 문신은 6품 이상, 무신은 4품 이상이어야 했다.

정오(正午)가 되면, 왕은 점심을 간단히 먹고 주강(晝講)에 참여해 학문을 익힌다. 주강 이후에는 지방관으로 발령받고 떠나는 신료나 지방에서 중앙으로 승진해오는 관료들을 만나 업무를 당부하거나 그 지역의 민원들을 들어준다.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에는 야간에 대궐의 호위를 맡을 군사들 및 장교들과 숙직관료들의 명단을 확인하고, 야간의 암호를 정해주는 일을 한다. 또, 상소 검토 등의 일상 집무를 하거나 한가한 날은 사냥, 활쏘기, 격구 등 체력 단련을 하기도 한다.

저녁이 되면, 저녁 경연석강(夕講)에 참석하고, 석강이 끝나면 저녁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저녁 후에도 낮 동안의 업무가 밀려 있으면 야간 집무를 본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다시 대비와 왕대비 등의 처소를 돌며 문안인사를 드린다. 이로써 왕의 공식적인 하루 일과가 끝나고, 이후 왕은 정비(正妃)를 비롯한 주위의 많은 여인들에게도 골고루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후사(後嗣:대를 이을 자식)를 보는 것도 왕으로서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밤 11시경이 되면 대체로 왕의 하루 일과는 끝난다.

왕은 일상적인 공적인 집무 외에도 무수한 비공식행사나 국가제례 등에도 참석해야 하고, 전국에서 올라오는 상소나 탄원서도 챙겨야 한다. 수많은 업무에 시달리는 왕이 잠시 업무를 쉴 수 있는 때는 3정승(영의정·좌의정·우의정)을 비롯해 정1품 이상의 관료가 사망하면 3일간 조정의 업무를 정지했다. 정경(正卿)이상의 관료가 죽었을 경우에는 2일간, 판윤을 지낸 사람이 사망하면 1일간 조정업무를 쉬었다. 물론 명절에는 당연히 휴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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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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