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두구면蓬頭垢面 - 흐트러진 머리칼에 때 낀 얼굴, 빈곤한 모습, 외모에 무관심
봉두구면(蓬頭垢面) - 흐트러진 머리칼에 때 낀 얼굴, 빈곤한 모습, 외모에 무관심
쑥 봉(艹/11) 머리 두(頁/7) 때 구(口/6) 낯 면(面/0)
쑥대머리라 하면 판소리 春香歌(춘향가)에 나오는 獄中歌(옥중가)를 먼저 떠올린다. 춘향이 옥중에서 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며 ‘쑥대머리에 鬼神形容(귀신형용)’이라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귀신의 모양이라 했듯이 머리털이 헙수룩하게 마구 흐트러진 머리가 쑥대머리다. 蓬頭亂髮(봉두난발)이라 흔히 말한다. 머리칼을 풀어헤치고 부녀자에 해를 끼치는 처녀귀신의 모습과 닮았다. 머리털을 풀어헤쳐 쑥 모양(蓬頭)인 데다 얼굴에 때가 덕지덕지 끼여 있으면(垢面) 더욱 으스스한 모습이다. 용모가 단정하지 못하고 생활이 빈곤한 모습을 나타내거나 외모에 무관심한 태도를 말한다.
중국 華北(화북) 지역에 세운 北朝(북조) 최초의 北魏(북위, 386∼534)에 封軌(봉궤)라는 유학자겸 관료가 있었다. 그는 학문을 좋아해 五經(오경)과 春秋三傳(춘추삼전)에 능했다. 사람이 정직하고 원세에 아부할 줄 몰랐을 뿐 아니라 훤칠한 키에 인물도 수려했다. 거기에 평소에도 신경을 써서 몸단장을 하는 편이었다. 한 선비가 와서 학문을 하는 사람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용모에 대해 신경을 쓰는지 물었다. 봉궤가 웃으며 말했다. 군자란 의관을 단정히 해야 하는 법인데 ‘어째서 흐트러진 머리에 때가 낀 얼굴을 해야만 어질다고 하는가(何必蓬頭垢面 然後爲賢/ 하필봉두구면 연후위현)?’하고 답하니 대꾸도 못했다. ‘魏書(위서)’에 전하는 이야기다.
혼란의 南北朝(남북조) 시대 나라를 옮겨 다니며 파란의 생활을 영위했던 顔之推(안지추, 531∼591)라는 문필가는 자손을 위한 교훈서 ‘顔氏家訓(안씨가훈)’을 남겼다. 가족과 대인관계를 비롯하여 풍속, 학문 등 다양한 내용을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기술한 중요자료가 되는 책이다. 風操(풍조) 편에도 이 성어가 사용됐다.
관직에 있는 부친이 잘못하여 탄핵을 받으면 아들은 ‘짚신에 거친 옷을 입고 쑥대머리에 더러운 얼굴로 거리를 헤매며(草屩粗衣 蓬頭垢面 周章道路/ 초교조의 봉두구면 주장도로)’ 억울함을 호소한다고 했다. 屩는 짚신 교.
사회생활을 하면서 남에게 위화감을 줄 정도로 차림을 가꾸지 않아도 문제이지만 겉모습에 너무 신경 쓰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털털한 모습에도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만의 연구에 빠진 사람은 외모는 뒷전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겉모습보다 속마음이 중요하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