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리운 건
우리가 그리운 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새로운 만남`이라는 것이 귀찮아졌다. 한 사람을 만나고, 서로 알아가고, 친해지는 데는 시간과 노력과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낯선 누군가를 만나서 처음부터 모든 걸 다시 시작하는 게 너무 힘들고, 피곤해졌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학창 시절에는 일 년에 한 번씩 그동안 사귄 친구들과 헤어지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친해지고, 다시 헤어지고 하는 걸 수없이 반복했었다
그 때마다 스트레스는 받았지만 귀찮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세상에, 사람 만나는 게 귀찮아질 줄이야
한때, 매일 만나던 친구들, 어제 보고, 오늘 또 보면서도 할 이야기가 끊이질 않던 친구들도 어쩌다 한 번 보는 게 전부가 됐다. 다들 각자의 삶이 있는 것이다
언젠가 충고에 따라 동호회도 몇 개나 가입하고 모임마다 빠지지 않고 나갔었지만, 그것도 한때였다. 엄마가 잘못 기른 화초처럼, 모두 시들해졋다.
우리가 그리운 건 새로운 사람이 아니라, 예전 사람들이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사람들.
-권미선 ‘아주, 조금 울었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