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만천하桃李滿天下 - 복숭아와 오얏이 가득하다, 우수한 문하생이 많다
도리만천하(桃李滿天下) - 복숭아와 오얏이 가득하다, 우수한 문하생이 많다
복숭아 도(木/6) 오얏 리(木/3) 찰 만(氵/11) 하늘 천(大/1) 아래 하(一/2)
우리나라 제2의 大姓(대성)인 李(이)가 ‘오얏 리‘인 줄은 모두 안다. 오얏이 무엇인지는 그만큼 알지 못하고 넘어간다. 오얏은 자두의 옛말이다. 자주색 복숭아 紫桃(자도)에서 나온 말로 살구보다 조금 크고 껍질 표면은 털이 없이 매끈한데다 맛은 시큼하며 달콤하여 대접받은 과일이다. 오얏나무 아래선 군자라도 열매에 욕심을 내는지, 의심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李下不整冠(이하부정관)이란 성어는 유명하다. 복숭아와 오얏이란 桃李(도리)는 꽃이나 열매가 좋아 그냥 있어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서 그 밑으로는 길이 저절로 생긴다는 桃李不言下自成蹊(도리불언하자성혜)란 명언도 남겼다.
인재를 천거하거나 과거 등을 통해 발탁한 어진 인물을 복숭아와 오얏꽃에 비유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그 나무 아래로 모여들기 때문에 후진을 교육하는 일, 거기서 나아가 사제지간의 뜻도 생겼다. 복숭아와 오얏(桃李)이 천하에 가득하다(滿天下)는 이 말은 재주나 풍모가 뛰어난 문하생이 많은 것을 나타냈다. 桃李滿門(도리만문), 桃李門前(도리문전), 滿門桃李(만문도리)라 써도 같고, 학식과 능력이 뛰어난 제자를 가리킬 때는 門墻桃李(문장도리)라 했다.
이 성어가 더욱 잘 알려지게 된 것은 唐(당)나라의 명신 狄仁傑(적인걸, 630~700)의 고사에서다. 그는 則天武后(측천무후)가 세운 後周(후주)의 재상이었는데 인재를 발탁하여 당 왕조의 부활에 공이 컸다. 최고의 재판관인 大理丞(대리승)을 맡았을 때는 공평무사하게 일을 처리하여 주위의 칭송이 자자했다. 어느 때 측천무후가 尙書郞(상서랑)이란 자리에 인물을 추천하라고 하자 아들 光嗣(광사)를 내세웠다. 처음 의혹을 샀지만 아들이 능력을 발휘하여 더 큰 믿음을 얻었다. 이후 적인걸이 추천한 사람들이 실권을 장악하게 됐다. 사람들이 말했다. ‘천하의 인재들이 모두 공의 문하에 있구려(天下桃李 悉在公門矣/ 천하도리 실재공문의).’ 悉은 다 실. ‘資治通鑑(자치통감)’ 唐紀(당기)에 나온다.
덕망이 높고 학식이 뛰어난 스승 아래에는 제자들이 구름같이 모인다. 지역마다 큰 학자를 중심으로 학파를 이루기도 한다. 그 제자들이 가르침을 받아 더 큰 학자가 되기도 한다. 무조건 스승을 답습하지 않고 발전시킨 때문이다. 오늘날 이런 학파를 이끄는 학자들은 대학과 대학원이 중심이 되어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간간이 제자들을 노예처럼 혹사하는 일이 벌어져 학식은 몰라도 덕망까지 갖춘 스승이 드물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인재가 계속하여 배출될 길을 막는 행위다. / 글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