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균과 칠천량해전 4편
■ 원균과 칠천량해전 4편
권율은 원균이 적을 두려워하여 출정을 지체하였다 하여 전령(傳令)을 보내어 곤양(昆陽)으로 불렀다. 11일에 권율이 곤양에 도착하자 원균도 명령을 받고 도착했다. 권율이 곤장을 치면서 말하기를, "국가에서 너에게 높은 벼슬을 준 것이 어찌 한갓 편안히 부귀를 누리라 한 것이냐? 임금의 은혜를 저버렸으니 너의 죄는 용서 받을 수 없는 것이다."라 호통치고 돌려보냈다. 통제사가 도원수에게 소환되어 가서 부하들 앞에서 곤장까지 맞는 수모를 당한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원균은 곤장을 맞은 뒤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홧김에 출전하고 싶은 생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밤 한산도의 전 함대를 거느리고 부산으로 향하였다. 7월 11일 곤양에서 곤장 맞고 한산도에 도착하는데 하루 잡고, 그리고 군사와 함대를 모두 집결시켜 출발하는데 최소 1~2일 잡는다면, 출전 일시는 14일이 유력하다. 전라우수사 이억기, 충청수사 최호, 경상우수사 배설 등의 지휘관과 조선 함대 169척, 귀선(龜船) 3척, 병력 1만 이상을 이끌고 출전한 후 부산포 근처 다대포에 정박했다.
판옥선은 격군(格軍:노젓는 병사)이 노를 저어 큰 전함을 움직이는데, 바람과 조류도 따져보지 않고 무작정 출전해서 역조류를 헤치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 그것도 하루 만에 그 거리를 갔다면, 한마디로 이건 통제사 원균이 함대를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로 엄청나게 몰아댔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지휘관으로서는 엄청난 바보 같은 행동이다. 쉬지 못하고 체력이 바닥난 격군들로 판옥선은 전투 불능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만약에 통제사 원균이 제대로 된 장수라면, 수군 장수로서 바다를 알고 배를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실수이다. 아니 실수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1만이 넘는 대군과 1백척이 넘는 대 함대, 그리고 나라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진 장수의 무능과 무지는 죄악이다.
통제사 원균의 가장 큰 잘못은 자신의 역량 이상의 분수에 넘치는 자리를 탐했던 것이고, 칠천량해전은 그 대가를 치른 것이다. 자신의 무능 때문에 그 수많은 사람을 허무하게 죽게 만들고, 나라를 망하게 할 뻔 했다.
부산 앞바다에서 일본 대 선단을 만나 소규모 전투를 벌이다가 탈진한 조선 수군함대는 도주해서 겨우 부산과 거제 중간 지금의 가덕도에 도착했다. 병력 4백 명이 식수를 구하는 한편, 잠시 숨을 돌리려 했더니 일본군이 먼저 와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매복에 걸린 것이다. 통제사 원균은 가덕도에 상륙한 병력을 그냥 두고 그대로 도주해 버렸다. 가덕도에 상륙한 병력들은 모두 일본군에게 몰살당하고 말았다.
- 5편에 계속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