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균과 칠천량해전 7편
■ 원균과 칠천량해전 7편
선조와 조정대신들 다음으로 책임 유무를 따질 사람은 도원수 권율 장군이다. 임진년에서부터 계사년 사이, 호남방어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수원 독산성 전투 등 경기 남부 수복, 행주대첩으로 서울 수복에 기여한 공이 있으니 육군 지휘관으로 상당히 유능한 인물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다들 장군이라고 하니까 권율 장군이 무관이라고 여기기 쉬우나, 원래 출신이 문관이고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 당시 선조와 조정 대신들의 정치 분위기에 민감했고, 그들을 거스를 인물도 아니었다.
더욱이 행주대첩 이후로 오래도록 제대로 활약하고 공을 세운 게 없는 상항으로 압박을 느꼈던 것도 감안해야 할 듯하다. 조정의 명을 받아 도원수로서 작전명령, 지침을 전하는 것은 충분히 그럴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다. 전체 군 지휘관으로서 역할 중 하나일 테니까. 그래서 통제사 원균을 처벌하고 전투를 명한 것도 일정부분 이해하지만, 반드시 옳았다고도 할 수 없다.
도원수 권율 장군은 주로 육군을 관할하지만 어쨌든 삼도수군통제사도 그의 아래 서열이고 육군과 수군을 포함한 모든 조선군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의 지위에 있었는데, 통제사 원균과의 대립 장면을 보면, 그는 육군 지휘관의 입장에서 보고 말할 뿐, 수군의 입장을 듣고 조율하는 모습이 아니다. 적어도 도원수라면 육군과 수군 모두의 사령관이 되어야 할 것 아닌가? 또 전군의 지휘관으로서 임금과 조정의 명이 부당하다면, 군의 입장에서 한마디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는 그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조선 수군의 진군문제로 통제사 이순신이 파직되고 새 통제사 원균도 불가하다 하면, 심사숙고해서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통수권자일 것이다. 특히 바다를 잘 모르는 육군지휘관이면 수군지휘관의 의견을 존중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 노력은 없이 그냥 임금과 조정의 명령 전달자로서의 역할만 하려 했으니 과연 도원수(都元帥)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는 할 수 없다. 그가 도원수로서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곤장을 때려서까지 무리하게 출전시켜 칠천량 해전의 비극을 미리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칠천량해전은 한국사 전쟁사 중에서도 최고 수위라 할 만한 황당한 패배이고, 세계사를 봐도 이 정도로 황당한 졸전은 손에 꼽힐만할 것이다. 판옥선의 성능이 일본의 세키부네보다 훨씬 우수하였고 거북선 역시 많은 양이 있었으며, 탑재화기도 천지현황 총통 등으로 일본보다 훨씬 화력이 강했다. 더군다나 병력 수도 밀리지 않았고, 질도 다수 전투에서 승리한 베테랑급 전력이었지만 현실은 대참패. 칠천량해전은 전형적인 사람에 의한 참사이고, 올바른 인사와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하는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주는 역사의 교훈이다.
- 8편에 계속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