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구화迂儒救火 - 어리석은 선비가 불을 끄다, 원칙만 지키다 일을 그르치다.
우유구화(迂儒救火) - 어리석은 선비가 불을 끄다, 원칙만 지키다 일을 그르치다.
에돌 우(辶/3) 선비 유(亻/14) 구원할 구(攵/7) 불 화(火/0)
글은 많이 읽었어도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초야에 묻혀 있는 사람을 선비라 했다.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행동과 예절이 발라 고결한 사람의 대명사도 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서투르고 현실에 어두워 일반 백성들이 보기엔 답답한 존재였기에 비아냥대는 말도 많다. 일상적으로 신을 신이 없어 맑은 날에도 나막신을 신는 가난한 선비는 ‘남산골 딸깍발이’이고 白面書生(백면서생)이었다. ‘게으른 선비 설날에 다락에 올라가서 글 읽는다‘거나 ’게으른 선비 책장 넘기기‘에선 물정을 모르는데다 게으르기까지 하다고 수군댄다.\xa0
물정에 어두워 어리석은 선비(迂儒)가 불을 끈다(救火)는 이 성어도 급한 상황에서 원칙만 지키다 일을 그르치는 것을 비유한다. 빠른 길을 두고 먼 길을 에둘러 迂廻(우회)하는 선비의 답답한 행동으로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집을 홀랑 태우는 우를 범한다. 明(명)나라 때 학자 宋濂(송렴, 1310~1381)은 전통적인 유학공부를 많이 하여 누구보다도 정통적인 시문을 많이 남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우화체의 산문집 ‘燕書(연서)’에 이야기가 실려 있다. 사다리가 없어 애태운다는 迂儒惜梯(우유석제)라 하기도 한다.\xa0
옛날 趙(조)나라에 成陽堪(성양감)이란 선비가 살았다. 어느 때 그의 집에 불이 났다. 지붕에 올라 불을 꺼야 하는데 사다리가 없어 아들에게 이웃집으로 가서 빌려 오도록 시켰다. 아들은 평소 배운 대로 의관을 갖추고 이웃집에 가서 주인에게 세 번 절하고 점잖게 앉았다. 주인도 손님에게 술상을 대접하며 어떤 일로 방문했는지 물었다. 그제야 집에 불이 나 사다리를 빌리러 왔다고 했다. 주인이 탄식했다. ‘어찌 그리 세상 물정을 모르시오(子何其迂也 子何其迂也/ 자하기우야 자하기우야)?’ 급히 사다리를 갖고 달려갔을 때는 집이 잿더미로 변한 뒤였다.
이런 어리석은 선비의 행동이 오늘의 일상에도 자주 반복된다. 응급환자를 급히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데 할 짓 다하고 옮긴다거나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데 왜 위험한 곳에 갔느냐고 꾸짖는 식이다. 나라의 정책을 시행하는 때는 더하다. 국민을 위하여 좋은 정책을 도입했는데 막상 시행해보니 부작용이 만만찮다. 그런데도 조금의 착오가 있을 뿐이라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며 고칠 생각을 않는다. 그런 사이 국민들의 마음속엔 불길이 치솟고 어리석은 선비는 원칙 타령만 한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