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후취월猿猴取月 - 원숭이가 달을 잡다, 분수를 모르고 행동하다 화를 입다.
원후취월(猿猴取月) - 원숭이가 달을 잡다, 분수를 모르고 행동하다 화를 입다.
원숭이 원(犭/10) 원숭이 후(犭/9) 가질 취(又/6) 달 월(月/0)
포유류 중에서 인간 다음으로 지능이 발달했다고 하는 원숭이는 그만큼 영리하다. 뿐만 아니라 새끼가 끌려가는 것을 뒤따르다 어미 원숭이의 창자가 끊어졌다는 母猿斷腸(모원단장)의 애틋함도 있다. 하지만 원숭이는 얄팍한 자기의 머리만 믿은 나머지 곧잘 속아 넘어간다. 똑같은 결과인데도 좋아라하는 朝三暮四(조삼모사)가 대표적이다.
원숭이(猿猴)가 물에 뜬 달을 잡으려한다(取月)는 이 성어도 재주만 믿고 분수에 맞지 않게 행동하다 화를 당하는 것을 뜻한다. 원숭이를 나타낸 글자는 사이가 나쁜 犬猿(견원)에서 보듯 猿(원)이 일반적이고 猴(후)는 작은 원숭이라 한다. 이외에도 猱狖(노유), 沐猴(목후), 獼猴(미후), 猢猻(호손) 등도 모두 원숭이를 가리킨다.
심오한 비유의 이 말은 불교의 경전 ‘摩訶僧祈律(마하승기율)’에서 유래했다. 비구와 비구니의 계율을 정했다는 이 경전은 5세기 초 東晉(동진)에서 華嚴經(화엄경)을 번역한 인도 승려 佛陀跋陀羅(불타발타라)와 파미르 고원을 넘어 인도로 간 중국 최초의 승려 法顯(법현)이 공동 번역한 것이라고 자료는 설명한다.
부처님이 여러 비구니에게 말씀하시는 내용이다. 옛날 伽尸(가시)라는 나라에 이름이 波羅奈(파라나)라는 성이 있었는데 성 안 한적한 곳에 원숭이 무리 오백 마리가 살았다. 한 수행자가 숲 속을 지나가고 있을 때 큰 나무 아래의 큰 우물에 달이 비치고 있었다.
원숭이 우두머리가 무리에게 달이 우물에 빠져 죽어가고 있는데 세상이 어두워지기 전에 꺼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모두들 어떻게 꺼내야 하는지 의논했으나 묘책이 떠오르지 않아 물었다. 대장이 꺼내는 방법을 안다며 일러준다.
‘내가 나뭇가지를 잡고 너는 내 꼬리를 잡아(我捉樹枝 汝捉我尾/ 아착수지 여착아미), 계속 잇고 이어서 늘어뜨리면 꺼낼 수 있다(展轉相連 乃可出之/ 전전상련 내가출지).’ 어떻게 됐을까. 좋은 생각이라며 원숭이들은 서로의 꼬리를 잡고 길게 늘어뜨렸지만 물에 이르기도 전에 무게에 못 이겨 나뭇가지가 부러졌다. ‘원숭이들은 모두 물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一切獼猴墮井水中/ 일체미후타정수중).’
아무리 능숙하게 잘 하는 사람이라도 실수할 때가 있다. ‘나무 잘 타는 잔나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속담이 말해주는 바다. 모두들 우수하다고 자부하는 집단에서도 어리석은 계책을 내는 수가 있으니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뛰어난 머리를 믿은 나머지 결과의 잘못은 좀처럼 인정하지 않고 변명만 한다.
다른 의견을 듣지 않는다면 ‘아무리 똑똑한 원숭이라도 우리 속에 가둬 두면 돼지와 같아진다(置猿於柙中 則與豚同/ 치원어합중 즉여돈동)’는 韓非子(한비자)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柙은 우리 합.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