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관지화越官之禍 - 남의 업무를 한 사람이 화를 당하다.
월관지화(越官之禍) - 남의 업무를 한 사람이 화를 당하다.
넘을 월(走/5) 벼슬 관(宀/5) 갈 지(丿/3) 재앙 화(示/9)
越俎代庖(월조대포)가 남의 잔치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식의 간섭을 하지 말라는 가르침이었다면 이 성어는 교훈을 넘어 살벌하기까지 하다. 곧 관리가 자신의 직무를 넘어(越官) 다른 사람의 일을 했다고 하여 처벌의 재앙까지 당한다(之禍)는 말이다. 다른 사람이 부재중일 때 선의로 그 업무를 대신했더라도 다른 사람의 직무를 넘보는 것이라고 엄격하게 적용했다. 오늘날 말하는 越權(월권)이다.
이렇게 삭막한 말이 韓非(한비)의 ‘韓非子(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라니 납득이 된다. 한비는 戰國時代(전국시대, 기원전 403년~221년)의 정치사상가로 원칙에 의해서 통솔하는 것이 나라를 다스리는 지름길이라 생각한 法家(법가)의 확립자다. 秦(진)의 시황제는 한비자에 나오는 孤憤(고분), 五蠹(오두) 등의 주장을 읽고 “이 사람과 교유할 수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한다. 이 한비자의 二柄(이병)편에 越官之禍가 유래된 이야기가 있다. 二柄은 두 개의 칼자루 즉 신하를 다스리는 刑(형)과 德(덕), 상벌을 의미한다. 蠹는 좀 두.
옛날 韓(한)나라의 昭侯(소후)가 술에 취해 잠이 들었는데 典冠(전관, 군주의 관을 관리하는 벼슬아치)이 군주가 추워하는 것을 보고 옷을 덮어 주었다. 잠에서 깨어난 왕이 누가 옷을 덮었는지 물었다. 신하들은 전관이 했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전관과 典衣(전의, 임금의 옷을 담당하는 관리) 모두 불러오게 했다. 그리고는 전관에 상을 주기는커녕 전의와 함께 문책했다. 모두들 의아해하자 이렇게 말했다. ‘전의는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전관은 자신의 직분을 넘어서 越官(월관)했기 때문’이라고. 임금은 자신이 추위에 감기 드는 것보다 다른 일에 간섭하는 피해가 더 크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비는 모든 신하들이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자신들이 말한 것을 실천에 옮긴다면, 신하들이 朋黨(붕당)을 지어 서로 편싸움을 하지 않을 것이란 가르침을 덧붙인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