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개탁擧世皆濁 - 온 세상이 모두 흐리다, 위아래 모든 사람이 바르지 않다.
거세개탁(擧世皆濁) - 온 세상이 모두 흐리다, 위아래 모든 사람이 바르지 않다.
들 거(手/14) 인간 세(一/4) 다 개(白/4) 흐릴 탁(氵/13)
온 세상(擧世)이 모두 흐리다(皆濁)는 지위의 높고 낮은 구분 없이 바르지 않고 부정에 물들어 있다는 비유다. 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부정부패와 멀리 하라고 꾸준히 깨우쳤지만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누구든 남의 부정은 비난하되 그것이 자기에 미치고,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은 조금도 용납 않는 이기심이 있기 때문이다.
온 세상이 모두 바르지 않다고 개탄한 말을 처음 작품에 남긴 사람은 屈原(굴원)을 꼽는다.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기원전 403년~221년) 楚(초)나라의 정치가이자 시인으로 모함에 빠져 울분의 나날을 보내다 汨羅水(멱라수, 汨은 골몰할 골, 물이름 멱)에 투신한 충신의 대명사로 유명하다.
젊어서부터 학식이 뛰어났던 굴원은 懷王(회왕)의 신임을 받아 좌승상의 지위에 올랐다. 굴원은 초나라가 강국 秦(진)과 맞서려면 齊(제)나라와 합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나라와 각각 連衡(연횡)해야 한다는 張儀(장의)와 뇌물을 받은 아첨배 靳尙(근상, 靳은 가슴걸이 근) 등의 모략으로 굴원은 배척당한다.
이후 회왕이 진나라의 꾐에 빠져 객사하고, 간신들을 비난하던 굴원은 도로 모함을 받아 쫓겨났다. 울분에 찬 굴원이 초라한 모습으로 시골 강가를 거닐다 한 어부와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이 ‘漁父(어부)’란 작품으로 ‘楚辭(초사)’에 실려 있다.
어부가 홀로 강가에서 서성이는 굴원에게 어찌된 연유인지 물었다. 굴원은 ‘온 세상이 혼탁한데 혼자만 깨끗하고(擧世皆濁 我獨淸/ 거세개탁 아독청), 많은 사람들이 모두 취했는데 나 홀로 깨어 있어(衆人皆醉 我獨醒/ 중인개취 아독성)’ 쫓겨났다고 답했다. 어부도 보통이 아니다. 온 세상이 더러우면 왜 그 흐름을 타지 않고, 옥처럼 고결한 뜻을 지녔으면서 혼자만 쫓겨났느냐고 말했다.
굴원이 깨끗한 몸에 때를 묻힐 바에야 강물에 몸을 던지는 게 낫다고 대답하자 어부가 명구를 남긴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을 수 있고(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영),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을 수 있네(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 세상에 맞춰 자족하라는 이야기다.
개개인이 속까지 철저하게 깨끗할 수는 없다. 자신도 모르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일을 하게 된다. 이런 개인의 일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남을 위하여 일하겠다고 앞장서는 지도자들은 부정의 규모도 크고, 방법도 교묘하고, 드러나도 도로 큰소리친다. 선거 때 입후보자들은 각종 전과가 찬란하다.\xa0
고위직 청문회 때마다 일반인은 범법행위가 되는 몇 가지씩은 위반하기 예사고, 이들이 직위에 있으면서 재산은 크게 늘어난다. 굴원처럼 혼자 깨끗해도 살기 어렵다고 하지만 흐린 정도가 지나치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