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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5일 금요일

조화적신厝火積薪 - 불을 장작 쌓은 곳에 두다, 위험이나 재난이 숨어 있다는 비유

조화적신厝火積薪 - 불을 장작 쌓은 곳에 두다, 위험이나 재난이 숨어 있다는 비유

조화적신(厝火積薪) - 불을 장작 쌓은 곳에 두다, 위험이나 재난이 숨어 있다는 비유

둘 조(厂/8) 불 화(火/0) 쌓을 적(禾/11) 섶 신(艹/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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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취사나 난방에도 가스나 유류를 쓰는 것이 일상화됐다. 통나무를 쪼갠 長斫(장작)이나 땔나무를 통틀어 말하는 섶이란 말은 생소할 것이다. 그래도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려 한다’란 속담은 앞뒤 잘 가려 위험한 일에 뛰어들지 않도록 주의시킬 때 많이 쓴다. 섶을 뜻하는 한자 薪(신)이 들어가는 성어는 상당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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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과 비슷한 抱薪救火(포신구화)는 섶을 안고 불을 끄려다 더 큰 화를 부르는 경우이고, 원수를 잊지 않기 위해 섶에서 자고 쓴 쓸개를 핥는 臥薪嘗膽(와신상담)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재앙을 미리 방지하는 曲突徙薪(곡돌사신), 자식에 땔나무 캐오는 법을 가르친다는 敎子採薪(교자채신) 등 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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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한 가지 더 불을 놓아둘 때(厝火) 장작더미나 섶 쌓은 곳이라면(積薪) 바로 활활 탈 것이다. 따로 둘 때는 멀쩡해도 바로 불이 붙으니 매우 큰 위험이나 재난이 숨어있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둔다는 뜻의 厝는 措와 같아 措火積薪(조화적신), 또는 뒤집어 積薪措火(적신조화)로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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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어는 중국 西漢(서한)의 5대 文帝(문제) 때 비운의 문장가 賈誼(가의, 기원전 200~168)가 쓴 ‘治安策(치안책)’에서 처음 사용됐다. 가의는 어려서부터 재능이 뛰어나 불과 20세에 박사가 되고, 이어 황제의 고문이 됐다. 그러나 파격적 승진은 중신들의 시기를 받았고, 왕족 제후들의 권한도 커 곳곳서 모반이 일어나는 등 나라가 어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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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의는 황제에게 올리는 글에서 천하가 태평하다고 여기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이어간다. ‘지금의 형세는 마치 불을 땔감을 쌓아두는 곳의 아래에 두고 그 위에서 잠을 자며(夫抱火厝之積薪之下 而寢其上/ 부포화조지적신지하 이침기상), 불이 아직 일어나지 않아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火未及燃 因謂之安/ 화미급연 인위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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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건의를 받아들여 제후국을 분할하고 세력을 약화시키는 등 황제의 권한을 강화했다. 가의는 자신이 가르치던 왕자가 말에서 떨어져 죽자 관직을 사퇴하고 얼마 안 있어 죽었다. 가의는 新書(신서)와 秦(진)의 쇠망한 원인을 밝힌 過秦論(과진론)을 남겼고, 이 내용은 ‘漢書(한서)’의 가의전에도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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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신의 건의를 잘 받아들여 세금을 감면하고 가혹한 형벌을 폐지하는 등 국력을 향상시켰다. 아들 景帝(경제)도 잘 이어받아 文景之治(문경지치)라 불렸다. 굴뚝 옆에 쌓아 둔 장작이 불이 붙어도 안에서는 잘 모른다. 위험은 주위에서 먼저 알아채기 마련이다. 한문제가 아니라 문제는 그것을 알려줘도 괜찮다며 태평을 부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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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가계 빚과 나라의 부채가 급속도로 늘어 가는데도 외국에 비해서는 안심할 수준이라면서 고칠 생각이 없다. 집행하는 당국자는 느끼지 못하는 사이 외국서 신호를 보내고 다음 세대 어깨만 무거워간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