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불결猶豫不決 - 머뭇거리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다.
유예불결(猶豫不決) - 머뭇거리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다.
오히려 유(犭/9) 미리 예(豕/9) 아닐 불(一/3) 결단할 결(氵/4)
일을 앞두고도 자신이 없어 망설이는 것이 猶豫(유예)의 본 뜻이다. 법률용어지만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執行(집행)유예는 범죄자에게 형 선고에 앞서 정상을 참작하여 일정한 기간 집행을 연기해 주는 제도다.
起訴(기소)유예, 宣告(선고)유예도 제법 들어본 적이 있고, 대학에서 일정한 기간 졸업을 연기해 주는 卒業(졸업)유예까지 있다고 한다. 이렇게 선의의 뜻 말고 눈앞에 닥친 일을 질질 끌거나 결행하지 못하는 뜻으로는 의심이 많은 여우가 결정을 제대로 내리지 못한다는 狐疑不決(호의불결)과 같다.
계획한 일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狼狽(낭패)를 봤다고 하는데 낭(狼)은 앞다리가 길고 패(狽)는 앞다리가 짧은 동물이라 한다. 재미있는 것은 猶(유)도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 종류의 동물이고 의심이 많아 바스락 소리만 나도 나무에 숨는 습성이 있단다.
豫(예)는 덩치가 큰 코끼리 종류의 동물로 이 놈도 의심이 많아 움직일 때마다 좌우를 살핀다고 했다. 이 동물의 습성을 머뭇거리며 결단을 못 내린다는 성어로 사용한 곳은 前漢(전한)의 劉向(유향)이 쓴 ‘戰國策(전국책)’이다.
趙(조)나라 수도 邯鄲(한단, 邯은 조나라서울 한, 鄲은 한단 단)으로 서쪽의 강국 秦(진)이 침입했을 때 조왕은 이웃 魏(위)나라에 구원을 요청했다. 위나라 安釐王(안희왕, 釐는 다스릴 리, 복 희)은 경계까지 군대를 보내면서 조나라 平原君(평원군)에게 밀사를 보내 진나라에 대항을 말고 화해하도록 했다.
진왕을 황제로 불러준다면 틀림없이 한단의 포위를 풀고 철수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평원군은 망설이며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平原君猶豫未有所決/ 평원군유예미유소결).‘ 결과는 어땠을까. 당시 조나라를 방문하고 있던 齊(제)나라의 모사 魯仲連(노중련)이 진의 야욕을 일깨워 평원군은 화해를 포기했고, 위나라 왕의 동생인 信陵君(신릉군)이 보낸 구원군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우물쭈물 미루기만 해서는 큰일을 이루기 어렵다. 반면 이것저것 재지도 않고 일을 먼저 벌이는 것 또한 어리석다. 조그만 조직도 그렇지만 대규모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일수록 평시에 일의 흐름을 알고 잘 분석하여 일이 닥쳤을 때는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 성과가 클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