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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6일 화요일

의문지망倚門之望 - 문에 기대어 바라보다,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정

의문지망倚門之望 - 문에 기대어 바라보다,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정

의문지망(倚門之望) - 문에 기대어 바라보다,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정

기댈 의(亻/8) 문 문(門/0) 갈 지(丿/3) 바랄 망(月/7)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다 갚을 수는 없다. 효도를 아무리 한다고 해도 하늘같은 은혜를 가늠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자식이 나이가 들어서도 항상 어린애로 보인다. 그래서 효자로 이름난 老萊子(노래자)가 70이 넘은 나이에 부모님을 즐겁게 하려고 색동저고리를 입고 춤을 췄다. 또 부모님은 자식이 잘못 될까 자나 깨나 걱정이 앞선다.

부모님의 한량없이 크고 깊은 은혜 중에서도 구체적으로 열 가지 十大恩(십대은)을 적시한 불경이 父母恩重經(부모은중경)이다. 그 중에 자식이 멀리 떠나면 걱정하는 은혜가 여덟 번째로 든 遠行憶念恩(원행억념은)이다.

어머니가 문에 기대어(倚門) 멀리 떠난 자식이 돌아오는지 바라본다는(之望) 이 성어가 같은 뜻을 가졌다. 중국 前漢(전한)의 학자 劉向(유향)이 戰國時代(전국시대) 활약한 전략가들의 일화를 모은 책 ‘戰國策(전국책)’에 유래가 실려 있다. 倚閭而望(의려이망) 또는 倚門依閭(의문의려)라고도 하는데 마을 閭(려)는 周(주)나라 때부터 행정구역으로 스물다섯 집을 里(리)라 하고 그곳에 세운 문을 가리켰다고 한다. 이곳에 기대어 자식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는 齊(제)나라 대부 王孫賈(왕손가)의 어머니가 주인공이다. 물론 어머니의 은혜를 알라고 한 것이 아니고 아들에게 충성을 다하라고 깨우친 비유였다.

왕손가는 15세 때부터 湣王(민왕, 緡은 돈꿰미 민)을 섬겼다. 민왕이 초기 주변국을 물리쳐 강성해지자 안하무인이 됐다. 燕(연)나라 명장 樂毅(악의)를 비롯한 5국 연합군이 쳐들어와 포악한 민왕은 쫓기게 됐다. 처음 수행했던 왕손가는 왕을 잃어버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아들을 반기기는커녕 꾸짖었다. ‘네가 아침에 나갔다가 늦게 들어오면 나는 항상 문간에 기대어 기다렸다(女朝出而晩來 則吾倚門而望/ 여조출이만래 즉오의문이망)’고 했다. 임금을 섬기면서 어찌 혼자 들어올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아차 깨달은 왕손가는 용사를 모아 이미 살해된 왕의 원수를 갚고, 세자를 찾아 왕위에 올렸다. 女는 汝(여)와 같이 ‘너 여’.

신망을 잃은 왕이라도 아들에게 관직을 내린 은혜를 잊지 않고 나라를 구하게 한 왕손가의 어머니는 훌륭하다. 평시엔 잘 사용되지 않던 이 성어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난 번 대법관의 재판거래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기다리는 노모가 있다는 읍소가 통한 것이라는 뒷얘기가 나왔다. 죄가 있건 없건 어머니에겐 귀중한 아들이지만 엄격해야 하는 법이라 해석이 구구했던 것이다. \xa0/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