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두축명人頭畜鳴 - 사람의 머리로 짐승처럼 울다.
인두축명(人頭畜鳴) - 사람의 머리로 짐승처럼 울다.
사람 인(人/0) 머리 두(頁/7) 짐승 축(田/5) 울 명(鳥/3)
사람을 짐승에 비유하거나 짐승보다 못하다고 하면 불같이 화를 낸다. 아니 짐승보다 더하다고 해도, 짐승과 같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사람이면 다 사람인가 사람이라야 사람이지’에서 보듯 사람은 각색이다. 사람답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은 짐승과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사람에게 항의 못하는 짐승이 억울할 때도 있다.
‘사람은 구하면 앙분을 하고 짐승은 구하면 은혜를 안다’는 속담이 있으니 말이다. 분하게 여겨 앙갚음하는 것이 怏憤(앙분)이다. 은혜를 모르는 사람은 짐승보다 분명히 못하다. 사람 얼굴에 짐승 마음을 가진 人面獸心(인면수심)이다. 사람의 머리를 가지고(人頭) 짐승처럼 운다(畜鳴)는 성어도 마찬가지 사람답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司馬遷(사마천)이 불멸의 역사서 ‘史記(사기)’의 秦始皇(진시황) 본기에서 胡亥(호해)를 평하면서 한 표현이다.\xa0
二世(이세) 황제인 호해는 처음 천하 통일한 시황제가 죽은 뒤 환관 趙高(조고)와 승상 李斯(이사)의 간계로 왕세자 扶蘇(부소)를 몰아내고 제위에 올랐다. 이후 중용한 간신 조고가 정권을 좌우해 指鹿爲馬(지록위마)란 성어를 남긴 어리석은 황제였다. 제위에 오르고부터 가혹한 세금과 부역으로 백성들의 원성을 샀던 호해는 시황제가 짓다가 미처 완성하지 못한 阿房宮(아방궁)의 대대적 공사에 들어갔다. 陳勝(진승) 등의 농민반란이 일어나 어지러운 중인데다 공사를 일으키자 보다 못한 좌승상 이사, 우승상 馮去疾(풍거질)이 나서 공사 중단을 간언했다.\xa0
천하를 소유한 자신을 막는다고 노한 호해는 옥리에게 신문하게 하고 죽게 했다. 사마천이 ‘가슴 아프다, 사람의 머리로 짐승처럼 우는 꼴이구나(痛哉言乎 人頭畜鳴/ 통재언호 인두축명)!’하며 이 사실을 한탄했다. 호해와 조고도 악행만큼 제 명을 못 살고 죽음을 당했다. 사람의 얼굴에 짐승의 마음을 가진, 짐승처럼 울부짖는 인간 이하의 사람들은 전제군주의 치하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오늘날도 수시로 본다.\xa0
자신의 재혼에 방해가 된다고 자녀를 살해하는 엄마, 쾌락에 빠진 부모가 어린 딸을 굶겨 죽이고, 치매로 고생하던 노모를 더 이상 돌보지 못한다며 아들이 함께 죽는다. 이보다 사소한 일은 부지기수지만 고사총으로, 독극물로 친척을 참살한 뒤 공포로 주민을 다스리는 북쪽 지역에 비해 정도가 낮다고 짐승에 낯을 쳐들 일은 아니다. / 글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