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빈지단人貧智短 - 사람이 구차해지면 지혜가 옅어진다.
인빈지단(人貧智短) - 사람이 구차해지면 지혜가 옅어진다.
사람 인(人/0) 가난할 빈(貝/4) 지혜 지(日/8) 짧을 단(矢/7)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는 말이 있어서인지 가난을 인정하고 반어적으로 말한 경구가 제법 된다. ‘너무 적게 가진 것이 가난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바라는 사람이 가난하다’, ‘가난은 수치가 아니라 단지 불편한 것’, ‘아무도 가난을 훔치려 하지 않을 테니까 그 사람이 부자‘ 등등이다. 孟子(맹자)는 ’빈천한 상황에서도 의지에 변함이 없다면(貧賤不能移/ 빈천불능이)‘ 그런 사람이 대장부라고 했다. 하지만 以食爲天(이식위천), 밥이 하늘인 보통 사람들이야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인데 대장부고, 도덕이고 모두 사치일 뿐이다.
중국 堯(요)임금 때 태평성대를 노래한 鼓腹擊壤(고복격양)은 백성들이 굶주리면 나올 수 없다. 한 노인이 배를 두드리고 땅을 치면서 덕을 찬양한 것은 요임금이 농민들의 의식주 걱정을 하지 않게 했기 때문이다. 가난에 대해서 가장 직설적인 말이 있다. 사람이 가난하면(人貧) 지혜가 얕아진다(智短)고 했다. 먹고 살기 바쁘다면 다른데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사람이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면 생활을 하는데 불편할 뿐 아니라 어떤 일에 닥쳐도 헤쳐 나갈 용기를 잃고 매사에 나약하게 된다. 禪宗(선종)의 통사로 알려진 ‘五燈會元(오등회원)’에서 유래한 말이다.
宋(송)나라 때 普濟(보제)의 명으로 제자 慧明(혜명) 등이 傳燈錄(전등록), 廣燈錄(광등록) 이하 다섯 가지의 燈史(등사)를 모았다는 이 책은 禪(선)의 대의를 밝힌 입문서로 평가된다. 한 수행승이 五祖法演(오조법연) 선사에게 조사님의 가르침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같은지 여쭈었다. 선사가 말했다. ‘사람이 구차해지면 지혜가 짧아지고, 말이 여위면 털이 길어 보이는 법이다(人貧智短 馬瘦毛長/ 인빈지단 마수모장).’ 자신을 변화시키는 수행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어떠한 면에서든 단점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明心寶鑑(명심보감)’ 에서는 이 말을 확장한다. ‘사람이 가난하면 지혜가 얕아지고, 복에 이르면 마음이 슬기로워진다(人貧智短 福至心靈/ 인빈지단 복지심령).’ 省心篇(성심편) 상편에 있다.
빈부에 대해 이런 말도 이어진다. ‘가난하게 살면 장터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고, 넉넉하게 살면 깊은 산골에 살아도 친구가 찾아온다(貧居鬧市無相識 富住深山有遠親/ 빈거료시무상식 부주심산유원친).’ 鬧는 시끄러울 료. 管子(관자)가 말한 ‘의식이 풍족해야 영욕을 안다(衣食足則知榮辱/ 의식족즉지영욕)’는 뜻을 몰라서 행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요즘 젊은이들이 발등에 떨어진 문제인 의식주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가정을 꾸리고 나라를 위할 수 있을 텐데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한다. 청년층이 기력을 잃고서야 어찌 앞날의 희망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