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곡양주一斛凉州 - 뇌물을 주고 벼슬자리를 사다
일곡양주(一斛凉州) - 뇌물을 주고 벼슬자리를 사다\xa0
한 일(一/0) 휘 곡(斗/7) 서늘할 량(冫/8) 고을 주(巛/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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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 여기에 합당한 말이 귀신도 부린다는 錢可通神(전가통신)이다. 또 있다. 千金不死 百金不刑(천금불사 백금불형)으로 천금을 쓰면 죽을 것을 면하고, 백금을 쓰면 받을 형벌도 면한다는 뜻이다. 중국 武經七書(무경칠서) 중의 尉繚子(울료자, 尉는 벼슬 위, 다리미 울, 繚는 두를 료)에 나오는 말이라는데 우리에겐 더 쉽게 와 닿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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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탈주범 지강헌의 절규로 유명해진 有錢無罪 無錢有罪(유전무죄 무전유죄)다. 죄를 없게도 하고 죽음도 면할 수 있으니 과연 돈이 전능이다. 이보다는 급이 낮을지 모르지만 벼슬을 팔고 사는 데도 어김없이 돈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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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 다섯 말을 주고 벼슬자리를 얻었다는 이 성어는 後漢(후한) 말의 孟佗(맹타, 佗는 다를 타)란 사람에게서 유래했다. 곡식 분량을 재는 휘란 뜻의 斛(곡)은 당시 단위로 5말(斗)을 가리켰고 1섬(石)은 2곡이었다고 한다. 凉州(양주)라는 곳의 지방 감찰관인 刺史(자사)자리를 뇌물로 샀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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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왕권이 허약한 틈을 타 十常侍(십상시)라 불린 환관들이 조정을 좌지우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맹타는 재산이 많아 십상시 중에서도 우두머리인 張讓(장양)의 종들과 어울리며 자주 선물을 주고 환심을 샀다. 종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물으니 자신에게 절을 한 번 해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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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맹타가 장양을 찾았을 때 집 앞에 그를 찾는 수레가 수백 대나 있었다. 그 때 종이 나와 절을 하고 안내하니 빈객들은 맹타가 대단한 사람인줄 알고 그에게도 진귀한 물건을 건넸다. 맹타는 이것을 그대로 올리니 장양은 크게 기뻐하며 마침내 양주자사로 삼았다(佗分以遺讓 讓大喜 遂以佗爲凉州刺史/ 타분이유양 양대희 수이타위량주자사). ‘後漢書(후한서)’의 宦者(환자)열전에 전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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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서도 조선 선조 때의 상궁 金介屎(김개시)가 더덕을 뇌물로 받고 재상으로 추천했다는 沙蔘宰相(사삼재상)이나, 희귀한 채소를 상납하여 판서가 됐다는 雜菜判書(잡채판서)라는 말이 전하는 것을 보아 벼슬의 난맥상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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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투명해진 오늘날에는 시험이나 경쟁으로 직위가 올라가니 자리를 매매하는 일은 없겠다. 하지만 수시로 불거지는 정실인사나 낙하산 인사를 보면 뇌물이 오고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떳떳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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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캠프에서 자신을 도왔다는 이유로 능력이 되지 않는 인사를 마구 내려 보냈다가 본인도 망하고, 기관도 허덕이는 것을 자주 본다. 주변에까지 피해를 주는 이런 인사는 돈으로 자리를 바꾸는 것과 크게 다름이 없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