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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8일 목요일

다반사茶飯事 -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 일상의 보통 있는 예사로운 일

다반사茶飯事 -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 일상의 보통 있는 예사로운 일

다반사(茶飯事) -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 일상의 보통 있는 예사로운 일

차 다(艹/6) 밥 반(食/4) 일 사(亅/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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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흔히 자주 있는 일을 ‘다반사‘라 하는 것은 모두들 안다. 한자를 잘 접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주 있으니 ’많을 多(다)‘로 쓸 것이라 짐작한다. 하지만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茶飯事)에서 나와 ’차 茶(다)‘를 쓴다니 의외로 여긴다. 밥은 몰라도 차 마시는 일이 일상사라니 그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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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 가족이 모여 茶禮(차례)를 지냈고, 찻잎 따기에서 달여 마시기까지 몸과 마음을 수련하여 덕을 쌓는 행위를 茶道(다도)라 해도 일상과는 거리가 있다. 이 말이 흔히 있는 일상의 일을 가리키게 된 것은 불교와 관계가 깊다고 한다. 達磨(달마)의 동진과 함께 차 문화도 건너 와 중국 총림에선 차를 우려 마시는 것이 일상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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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심신을 닦는 수행의 하나로 보며 禪茶一如(선다일여)란 말도 나왔는데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따른다. 唐(당)나라의 선승 趙州(조주)는 유명한 喫茶去(끽다거)란 말로 차를 선의 경지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선사다. 그가 남긴 ‘趙州錄(조주록)’은 520여 가지의 일화를 일상적이고 평범한 언어로 기록했다. 이 책의 459則(칙)에 나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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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즐겨 마시는 조주선사가 어느 때 그를 찾은 두 스님에게 여기 온 적이 있는지 물었다. 없다고 대답하자 조주가 말한다. ‘차나 한 잔 드시오(喫茶去/ 끽다거).’ 얼마 뒤 또 한 사람이 왔다. 몇 번째인가 물으니 와 본 적이 있다 했다. 역시 ‘차 한 잔 드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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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차 시중을 들던 시봉 스님이 처음 온 사람이나 여러 번 온 사람이나 차 한 잔 권하는 것이 무슨 까닭인지 여쭈었다. 그랬더니 ‘너도 차 한 잔 마셔라’라고 한다. 차 마시라는 말이 실제 마시라는 말이 아니고 일상 속의 마음을 바라보라는 의미 깊은 화두 公案(공안)의 하나라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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끽다거는 진리를 탐구하는 參究(참구)의 방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차 마시는 일이 친숙한 일상사임을 알려준다. 宋(송)나라의 선승으로 碧巖錄(벽암록)을 완성했다는 克勤(극근)도 차에 관한 茶禪一味(다선일미)라는 말을 남겼다. 덕이 있는 사람이 마시기에 가장 적당한 것이 차라며 수행과 결부시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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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서도 일찍부터 불가에서 다도가 수행의 일부로 일상화 됐다. 조선 후기의 艸衣(초의)선사는 禪(선) 수행을 차와 일치시켜 차 문화를 부흥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여 茶聖(다성)으로 추앙받는다. ‘동쪽나라의 차를 칭송한다’는 뜻의 東茶頌(동다송)은 한국의 茶經(다경)으로 불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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曹溪宗(조계종) 원로스님이었던 東日(동일)대종사가 2005년 입적 때 제자들에 남긴 悟道頌(오도송) 끝부분이 더욱 의미 깊다. ‘시작한 적도 그친 적도 없는 차 마시고 밥 뜨는 일이로다(無始無終茶飯事/ 무시무종다반사).’ 오늘의 사람들은 너무나 바쁘게 생활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다반사의 뜻을 음미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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