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취천일一醉千日 - 한 번 취하면 천일 가는 술, 아주 좋은 술을 이르는 말
일취천일(一醉千日) - 한 번 취하면 천일 가는 술, 아주 좋은 술을 이르는 말
한 일(一/0) 취할 취(酉/8) 일천 천(十/1) 날 일(日/0)
술이 건강을 해친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술은 약 중에서도 으뜸인 百藥之長(백약지장)이라 예찬하는 사람도 많다. 사람의 체질에 따라 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이 모두 다르므로 음주의 양도 천차만병일 수밖에 없다. 보리밭을 지나기만 해도 취한다는 過麥田大醉(과맥전대취)의 맹탕이 있는가하면 고래가 물을 마시듯이 주량이 한정 없는 鯨飮(경음)도 있다. 酒道有段(주도유단)이란 글을 남긴 靑鹿派(청록파) 시인 조지훈은 18계급의 급수와 단수로 나눴다. 전혀 안 먹는 사람 不酒(부주)가 9급, 겁내는 畏酒(외주) 8급에서 유유자적하는 樂酒(낙주) 단계가 7단이다. 그 위는 이미 마실 수 없는 觀酒(관주)이고, 최고 단수인 9단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廢酒(폐주)로 술이 사람을 잡은 경우다.
정도껏 마시면 온갖 시름을 잊게 해 주는 忘憂物(망우물)이 된다고 한 사람은 歸去來辭(귀거래사)의 시인 중국 六朝(육조)의 陶淵明(도연명)이다. 주량에 따라 나누는 방법 말고 가장 좋은 술은 어떤 것일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넥타르(Nectar)는 죽음을 물리친다는 神酒(신주)를 말하는데 오늘날 과일을 으깨어 만든 진한 주스를 가리키니 술의 단계는 아니다. 한 번 취하면(一醉) 1000일(千日)을 기분 좋게 누워있다는 술이 최고의 술이란다. 술 마시고 뻗어 장례까지 치르게 한 술이 가장 좋다고 하는데 의견을 달리 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西晉(서진)의 張華(장화)가 지은 기담집 ‘博物志(박물지)’에 나오는 이야기다.
옛날 劉玄石(유현석)이란 사람이 中山(중산)의 술집에서 술을 샀다. 주막에서는 한 번 마시면 1000일 동안 취한다는 사실을 전하는 것을 깜빡했다. 취한 채 집에 돌아온 유현석은 인사불성 꼼짝할 수 없었다. 가족들은 그가 죽었다고 여기고 장례를 치렀다. 주막에서는 천일이 다가오는 것이 생각나 깰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집에 찾아가 이야기했다. 집안사람들이 관을 열어 보니 유현석은 부스스 술이 깨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그 뒤 세간에서는 ‘현석이 술을 마셔 한 번 취하면 천일 간다(玄石飮酒 一醉千日/ 현석음주 일취천일)’는 말이 생겼다. 唐(당)나라 李瀚(이한)의 아동용 교재 ‘蒙求(몽구)’에도 玄石沈湎(현석침면, 湎은 빠질 면)으로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술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인이 없다고 한다. 자신이 이기지 못할 정도로 술이 취하면 천하에 두려워하거나 어려운 것이 없으므로 醉中無天子(취중무천자)가 된 듯 기고만장이지만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영락없이 ‘술 먹은 개’다. 자신은 술에 취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주변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너무 많다. 酒暴(주폭)이 되어 행패를 부리다 경찰에서도 난동을 부리고, 가장 심한 경우가 음주운전으로 남의 생명을 빼앗기도 한다. ‘윤창호법’으로 처벌이 강화됐다고 안심하기 전에 아예 근절할 일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