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가강自勝家强 -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강한 사람
자승가강(自勝家强) -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강한 사람
스스로 자(自/0) 이길 승(力/10) 집 가(宀/7) 강할 강(弓/8)
자신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눈이 아무리 밝아도 제 코는 안 보인다’는 속담은 제 아무리 똑똑해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비유다. 가까운 제 눈썹 못 본다는 目不見睫(목불견첩)과 같다. ‘너 자신을 알라(Know Thyself)’란 명언은 고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Apollon) 신전 기둥에 새겨진 말이라는데 철학자 소크라테스(Socrates)가 자신의 무지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여 그의 격언이 됐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아무 것도 모르지만 그 사실을 아는 것이 다른 철학자보다 약간 나은 점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모르는 자신에게 이긴다는 것이 도대체 가능하지 않게 보인다.\xa0
스스로를 이기는 사람(自勝)이 진정으로 강한 사람(家强)이란 말은 소크라테스(서기전 470~399)보다 먼저 중국 老子(노자)의 ‘道德經(도덕경)’에 나온다. 自勝者强(자승자강)이라고도 한다. 도가의 창시자 노자는 생몰연대를 알 수 없지만 孔子(공자, 서기전 552~479)보다 약간 앞선다고 본다. 제33장 辦德章(판덕장)의 내용을 보자.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고 자신을 아는 사람은 밝은 사람이다(知人者智 自知者明/ 지인자지 자지자명),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는 사람이고 자신을 이기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勝人者有力 自勝者强/ 승인자유력 자승자강).’\xa0
남을 아는 것 보다는 자기를 아는 것이 중요하고, 남을 이기는 것보다는 자신을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을 이긴다는 말은 나의 욕망을 이긴다는 말이다. 남을 이기려면 필요한 것은 힘이지만 나를 이기려면 힘만으로는 되지 않고 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어지는 말도 멋지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부유하고, 힘차게 나아가는 사람이 뜻을 얻는다(知足者富 强行者有志/ 지족자부 강행자유지), 그 자리를 잃지 않는 자가 오래 가는 사람이고, 죽어도 없어지지 않는 사람이 오래 산 사람이다(不失其所者久 死而不亡者壽/ 불실기소자구 사이불망자수).’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부자라는 知足者富(지족자부)도 여기서 나왔다.
성인의 말이야 알 듯 모를 듯 옳은 이야기라 해도 보통 사람이야 자기를 모르니 자기가 모자란다는 사실도 모르고 항상 자기가 최고다. 自勝之癖(자승지벽)은 누구에게나 있어 남의 잘못만 보이는 釜底笑鼎底(부저소정저)의 잘못을 저지른다. 제 눈에 있는 들보는 모르고 남의 눈에 있는 작은 티끌까지 들춘다. 말로 싸우는 것이 직업인 정치권은 없는 흠도 귀신같이 찾아내어 들쑤시니 특히 더하다. 동물적인 충동과 욕망을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 해도 부당한 유혹을 억누르는 것이 자신을 이겨내는 일일 것이다. / 글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