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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30일 토요일

피장봉호避獐逢虎 - 노루를 피하다 범을 만나다, 작은 화를 벗어나려다 큰 화를 당하다.

피장봉호避獐逢虎 - 노루를 피하다 범을 만나다, 작은 화를 벗어나려다 큰 화를 당하다.

피장봉호(避獐逢虎) - 노루를 피하다 범을 만나다, 작은 화를 벗어나려다 큰 화를 당하다.

피할 피(辶/13) 노루 장(犭/11) 만날 봉(辶/7) 범 호(虍/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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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는 성격이 온순하고 겁이 많다. 작은 무리를 지어 잡초나 나무의 어릴 싹, 잎을 주식으로 한다. 중국이나 만주 아무르 지역에 두루 살지만 유독 우리나라에 노루에 관련된 속담이 많다. 한자로 번역한 것도 제법 된다. 재미있는 몇 가지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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打獐之杖(타장지장)은 글자대로 ‘노루 때린 막대기’다. 어쩌다 노루를 잡은 막대기로 늘 잡을 수 있다며 요행을 바라는 어리석음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노루 꼬리가 길면 얼마나 길까(獐毛曰長 幾許其長/ 장모왈장 기허기장)’는 보잘 것 없는 재주를 지나치게 내세우는 것을 비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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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가 1m가 넘게 제법 크고 빠른 질주력을 가져 엉겁결에 만나면 깜짝 놀랄 수가 있다. 이런 경우에 노루를 피하면(避獐) 이번에는 호랑이를 만난다(逢虎)를 쓴다. ‘노루 피하니 범이 온다’는 속담을 한역한 것으로 일이 점점 더 어렵고 힘들게 되었음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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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서는 避獐而去 乃反遇虎(피장이거 내반우호)가 된다. 避麞逢虎(피장봉호, 麞은 노루 장)도 마찬가지다. 같은 뜻의 속담으로 어려운 느낌은 덜하지만 ‘조약돌을 피하니까 수마석을 만난다’가 있다. 水磨石(수마석)은 물결에 씻겨 닳아서 반들반들한 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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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일이 연이어 일어날 때 더 알려진 말로 ‘여우 피해서 호랑이를 만났다’거나 ‘귀신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다’라는 말도 있다. 한 가지 위험을 피하려 전력으로 질주하는데 더 큰 위험이 버티면 진퇴양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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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가 前虎後狼(전호후랑)이다. 元(원)나라 문인 趙雪航(조설항)이 ‘評史(평사)’에서 後漢(후한) 초기 정치의 난맥상을 묘사한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외척의 발호를 겨우 막으니 환관이 설친다는 것을 前門拒虎 後門進狼(전문거호 후문진랑)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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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단한 노력으로 어떠한 일을 성취했을 때 모든 것이 자기 것인 양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종종 본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고개를 숙일 줄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럴 때 노루를 빗댄 교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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獐睡犬夢(장수견몽), ‘노루잠에 개꿈이라’는 말은 아니꼽고 같잖은 꿈 이야기나 격에 맞지 않는 말을 할 때다. ‘달아나는 노루 보고 얻은 토끼를 놓았다‘의 奔獐顧 放獲兎(분장고 방획토)란 말대로 욕심을 내다가 모든 것을 잃는 어리석음을 경계해야 한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