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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7일 수요일

장야지음長夜之飮 - 밤낮을 가리지 않는 호화판 주연

장야지음長夜之飮 - 밤낮을 가리지 않는 호화판 주연

장야지음(長夜之飮) - 밤낮을 가리지 않는 호화판 주연

긴 장(長/0) 밤 야(夕/5) 갈 지(丿/3) 마실 음(食/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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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에서 술이 필요로 하는 만큼 그에 관해 깨우치는 말은 셀 수없이 많다. 적당히 마시면 온갖 시름을 잊고 즐거울 수 있지만 지키기가 쉽지 않아 극단적인 대비가 많다. 술은 범죄의 아비이고, 음주는 일시적 자살이라는 사람은 배척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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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술이 들어가면 지혜가 나오고, 술이 없는 곳에서는 사랑이 있을 수 없다고 주당들은 강조한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사업상, 사교상 술이 필수라며 술자리를 즐기고 밤늦게까지 술판을 벌인다. 여기에 아리따운 미희와 가무까지 곁들이면 최상의 연회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술자리가 며칠 밤을 이어 계속되는 것이 長夜之飮(장야지음)이고 바로 酒池肉林(주지육림)이 따르니 어감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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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 殷(은)나라의 마지막 왕 紂王(주왕)은 앞서 夏(하)나라 마지막 왕 桀王(걸왕)과 함께 桀紂(걸주)로 칭할 만큼 폭군의 대명사다. 이 주왕이 妲己(달기, 妲은 여자이름 달)라는 미녀에 혹해 무슨 말이든 들어주느라 苛斂誅求(가렴주구)를 일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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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史記(사기)’의 殷本紀(은본기)와 元(원)나라의 曾先之(증선지)가 편찬한 ‘十八史略(십팔사략)’ 등 여러 곳에 질탕하게 벌이는 술판을 자세히 기록했다. 鹿臺(녹대)라는 별궁엔 보물로 채우고 沙丘(사구)라 불리는 별궁에는 술을 부어 커다란 연못을 만들었다. 악사들에게 퇴폐적인 음악, 무희들에겐 음란한 춤 北里靡樂(북리미악)을 계속 시켰다. 성어가 나오는 부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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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로 연못을 만들고 고기를 매달아 숲처럼 만든 후(以酒爲池 懸肉爲林/ 이주위지 현육위림), 남녀들을 벌거벗게 하여 그 안에서 서로 쫓아다니게 하면서(使男女裸相逐其間/ 사남녀라상축기간),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爲長夜之飲/ 위장야지음).’ 주왕의 이런 음탕한 주연을 간하는 충신들엔 炮烙(포락, 炮는 통째로구울 포)이란 형벌을 내렸으니 周武王(주무왕)에 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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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滑稽(골계) 열전 淳于髡(순우곤, 髡은 머리깎을 곤) 이야기에도 이 말이 등장한다. 齊(제)나라 威王(위왕)이 ‘수수께끼를 좋아하고 음탕하게 놀면서 밤늦게까지 술 마시기를 즐겨(喜隱 好爲淫樂長夜之飮/ 희은 호위음락장야지음)’ 순우곤이 깨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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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고 호화로운 술자리에 참가한 주당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술에 관대한 우리나라서도 그에 따르는 폐해엔 생각이 달라져 처벌을 높이고 있다. 술이 취한 뒤에 싸움판이 벌어지고, 깨지도 않은 채 차를 몰다가 사고를 내 자기는 죽지 않고 엉뚱한 사람을 횡사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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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 가던 차의 기사를 목 조르는 등 행패를 부린다. 술이 사람을 먹은 결과다. 호기롭게 술을 잘 마신다고 鯨飮(경음)이나 酒豪(주호)로 칭찬받다가 어느 새 醉中無天子(취중무천자)나 酒暴(주폭)이 된다. 이후엔 물론 저 세상에 가는 涅槃酒(열반주)도 시간문제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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