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직문盲人直門 - 장님이 문 바로 들다, 재주 없이 우연히 성취하다.
맹인직문(盲人直門) - 장님이 문 바로 들다, 재주 없이 우연히 성취하다.
소경 맹(目/3) 사람 인(人/0) 곧을 직(目/3) 문 문(門/0)
앞이 보이지 않거나 잘 듣지 못하는 사람, 말을 더듬고 걷기를 잘 못하는 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비하하는 말이 유달리 많다. 요즘은 단지 어느 한 부분이 불편할 뿐이라는 인식이 많아졌지만 지난 사회에서는 놀리는 것도 모자라 사람 취급도 않았을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눈이 어두운 시각장애인을 盲人(맹인), 瞽者(고자) 외에 낮춰 부르는 말만 해도 장님, 소경, 봉사 등 숱하다. 심지어 세상 물정에 어둡거나 글을 모르는 사람을 비유하기도 했다. ‘장님에게 눈으로 가리키고 벙어리에게 속삭인다’는 말로 어리석게 행동하여 번번이 실패하는 것을 말하는 식이다.
속담은 더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있는 장님, 소경, 봉사로 시작되는 속담이 90건이 넘는다. 우리 속담 130종을 조선 仁祖(인조) 때의 학자 洪萬宗(홍만종)이 한자로 번역한 ‘旬五志(순오지)’에서 몇 개만 보자. ‘소경의 안질’이란 말은 盲人眼疾(맹인안질)로, 있으나 마나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장님이 문 바로 들어갔다’는 말은 盲人直門(맹인직문)으로 번역되어 재주가 없는 사람이 우연한 기회에 잘했을 경우와, 무턱대고 한 일에 뜻밖의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때 사용됐다. ‘맹인이 문을 바로 찾아 다행히 일을 성사시킨 것을 비유했다(盲人直門 以喩成事幸/ 맹인직문 이유성사행)’고 설명하고 있다.
전체의 뜻은 같으나 약간 뉘앙스가 다른 속담도 보자. ‘소 뒷걸음치다 쥐잡기’는 물론 재주는 없지만 우연히 공을 세운 것을 뜻한다. 별로 애쓰지 않고도 능히 잘 이루어낼 때는 ‘공중을 쏘아도 알과녁만 맞춘다’고 한다. 알과녁은 과녁의 한복판이다. 射空中鵠(사공중곡)으로 번역됐다. 눈 먼 거북이가 물에 뜬 나무를 만났다는 盲龜遇木(맹귀우목)은 어려운 지경에서 뜻밖의 행운을 맞이하는 것을 뜻했다.
한 가지가 불편할 뿐인 장애인을 두고 자신은 그보다 못하면서 무턱대고 낮춰보는 사람이 아직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心眼(심안)이 발달한다고 한다. 장애를 딛고 훌륭한 업적을 이룬 위인들은 얼마 전 세상을 뜬 스티븐 호킹 박사나 聾盲啞(농맹아) 3중장애를 이겨냈던 헬렌 켈러 등이 먼저 꼽힌다. 겉으로만 보지 말고 내면의 장기를 먼저 알아야 한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