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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7일 일요일

상옥추제上屋抽梯 - 지붕 위에 올려 사다리를 치우다, 적을 유인하여 사지에 빠뜨리다.

상옥추제上屋抽梯 - 지붕 위에 올려 사다리를 치우다, 적을 유인하여 사지에 빠뜨리다.

상옥추제(上屋抽梯) - 지붕 위에 올려 사다리를 치우다, 적을 유인하여 사지에 빠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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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상(一/2) 집 옥(尸/6) 뽑을 추(扌/5) 사다리 제(木/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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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열려 있는 과일을 따 달라고 꾀어 올려준 뒤 흔들어댄다. 조건을 걸어 꾄 뒤 위험한 곳이나 불행한 처지로 떨어뜨리는 고약한 사람이다. 이런 뜻의 성어가 勸上搖木(권상요목)이고 乘木搖之(승목요지)다. 우선 달콤한 조건으로 유인하여 차버리는 사기꾼 수법은 높은 다락에 사람을 올려놓고서 사다리를 치워버리는 上樓擔梯(상루담제)다.

위에 갇힌 사람은 오도 가도 못하고 죽을 맛이다. 단 이 말은 자기만 올라가 온갖 이익을 독차지하기 위해 딴 사람을 올라오지 못하도록 사다리를 치워버린다는 이중의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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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에 올라가게 한 뒤(上屋) 사다리를 치워버린다(抽梯)는 말은 옛날 중국의 용병술을 모아놓은 병서 "三十六計(삼십육계)"의 하나다. 전법의 하나라고 하니 그럴듯한데 적을 유인하여 사지에 빠뜨리거나 상대방을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하여 주도권을 잡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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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붙어 싸울 때의 계략인 倂戰計(병전계) 중에서 제28계인 이것은 빈틈을 보여 적을 유인한 뒤 후속부대와 차단하여 포위 섬멸한다. 강한 상대에게 주로 이 법을 쓰는데 달콤한 미끼와 주도면밀한 계획이 없으면 성공하기가 그만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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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秋戰國(춘추전국) 시대의 전략가 孫武(손무)가 엮은 걸출한 병법서 ‘孫子兵法(손자병법)’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지형에 따른 아홉 가지의 공격과 방어를 설명한 九地(구지)편에서다. ‘장수가 병사들과 함께 결전을 벌이고자 한다면, 마치 높은 곳에 올라가 사다리를 치워버리는 것처럼 한다(帥與之期 如登高而去其梯/ 수여지기 여등고이거기제).‘ 三國志(삼국지)에서 劉表(유표)의 아들 劉琦(유기)가 자신의 나아갈 길을 가르쳐 달라고 諸葛亮(제갈량)을 높은 누각에 초청하여 결국 방책을 받았다. 이것은 다락에 가둬 비책을 압박하려 역이용한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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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물리치기 위한 병법으로는 비겁해도 모든 수단이 합당하다. 자신부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단 이것을 약자에 강요하고 먹을 것이 많은 높은 곳엔 선택된 자들만 있어야 한다면 손가락질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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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는 가뜩이나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렵다고 기가 죽어 있는데 이미 승천한 사람이 행복한 붕어와 개구리로 살 필요도 있다고 하여 거센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이런 몰지각한 지도층 말고 지붕에 올라가 오도 가도 못할 상황에 부닥쳤을 때 절박감으로 대안을 찾게 된다면 역경에 대처하는 경쟁력을 기를 수도 있다는 역발상도 가져봄직하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