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후랑前虎後狼 - 앞에는 호랑이 뒤에는 이리, 재앙이 끝없이 닥치다.
전호후랑(前虎後狼) - 앞에는 호랑이 뒤에는 이리, 재앙이 끝없이 닥치다.
앞 전(刂/7) 범 호(虍/2) 뒤 후(彳/6) 이리 랑(犭/7)
한 가지 화를 피하려다 더 큰 화를 당할 때 비유적으로 ‘여우 피해서 호랑이를 만났다’거나 ‘귀신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다’라는 속담을 쓴다. 사나운 늑대, 이리를 만나 전력으로 도망치는데 앞에는 더 무서운 호랑이가 떡하니 버티고 있으면 진퇴양난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호랑이를 막으려고 전력을 다해 앞문을 막고 있는데(前虎) 뒷문으로 이리가 들어오면(後狼) 살아날 길이 없다. 나쁜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일컫는 표현이다. 구덩이를 피하려다 우물에 빠지는 避坎落井(피감낙정)이나 노루를 피하다 호랑이를 만난다는 避麞逢虎(피장봉호, 麞은 노루 장)도 마찬가지다.
後漢(후한) 초기 환관의 폐해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던 때의 이야기다. 3대 章帝(장제)가 죽은 뒤 열 살의 어린 나이로 和帝(화제)가 제위에 올랐다. 임금이 어린 나이에 등극하면 외척이나 환관이 득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화제가 꼭 그런 경우로 이름만 황제였다. 장제의 황후인 竇太后(두태후)와 오빠 竇玄(두현)이 정권을 잡아 좌지우지하게 된 뒤로는 허수아비와 다름없는 화제를 제거하고 직접 왕위에 오르려는 음모를 꾸몄다.
그러나 이 사실을 측근을 통해 알게 된 화제는 환관 鄭衆(정중)을 시켜 두씨 일족을 체포하도록 했고 그 직전 두현은 자살했다. 큰 우환을 없앴다고 왕권이 강화된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환관 정중이 권력을 쥐고 정사에 관여하기 시작해 여기서 싹튼 폐해가 후한을 멸망의 길로 이끌었다.
元(원)나라 문인 趙雪航(조설항)이란 사람이 지은 ‘評史(평사)’에 이 당시를 묘사한 표현이 나온다. ‘두씨가 제거되었지만 환관의 권세가 이로부터 성하게 되었다. 속담에 말하기를 앞문의 호랑이를 막으니 뒷문으로 이리가 들어온다고 했다(竇氏雖除 而寺人之權從茲盛矣 諺曰 前門拒虎 後門進狼/ 두씨수제 이시인지권종자성의 언왈 전문거호 후문진랑).’ 절 寺(사)는 관청, 환관, 내시를 나타낼 때는 ‘시’로 읽는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