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부지의竊鈇之疑 - 도끼를 훔쳐갔다고 의심하다, 공연한 의심
절부지의(竊鈇之疑) - 도끼를 훔쳐갔다고 의심하다, 공연한 의심
훔칠 절(穴/17) 도끼 부(金/4) 갈 지(丿/3) 의심할 의(疋/9)
사람을 믿지 못해서 나오는 의심은 갈수록 커진다. 서양의 철학자는 ‘진리를 검토하기 위해서 모든 사물을 의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보통사람들엔 의심이 의심을 낳는 법이다. 疑心生暗鬼(의심생암귀)가 바로 말한다. 이것을 경계하여 옛 선인들은 여러 가지 교훈을 남겼다.
친한 친구와 술자리를 가졌는데 술잔에 비친 뱀 그림자를 보고 자기를 해치려는 것이라 의심하여 큰 병이 났다는 杯弓蛇影(배궁사영)이나 하늘이 무너질까 의심하여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杞人之憂(기인지우)는 어리석음의 대명사다. 그래서 李下不整冠(이하부정관)이라며 자두나무 아래서 갓끈을 바로잡으면 도둑으로 몰릴 수 있으니 아예 남에게 의심받을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 사람의 행동이 의심쩍으면 하는 짓마다 더 의심이 커져 나중에는 확신하게 된다. 약간 뭣하지만 적합한 속담이 있다. ‘삼밭에 한 번 똥 싼 개는 늘 싼 줄 안다‘고 한 번 잘못을 저지르면 눈에 띌 때마다 의심을 받게 된다. 이 개는 한 번 잘못이 있기라도 한데 잘못이 없고도 의심을 받으면 억울하다.
이웃 사람이 도끼를 훔쳐갔다(竊鈇)고 의심한다(之疑)는 말은 공연히 남의 행동이 미심쩍어 확신하다간 나중에 크게 실수한다는 이야기다. 중국 秦(진)나라 呂不韋(여불위)가 제자백가 지식을 집대성한 책이라 자부하는 ’呂氏春秋(여씨춘추)‘에서 이런 예를 든다. 마음에 얽매여 있는 혹을 없애야 한다는 去尤(거우)편에서다.
한 사람이 도끼를 잃어버렸는데 이웃집 아들을 범인이라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그의 걸음걸이가 도끼를 훔친 것으로 보였고 안색도 수상했으며 말도 그렇게 들렸다(視其行步竊鈇也 顏色竊鈇也 言語竊鈇也/ 시기행보절부야 안색절부야 언어절부야). 며칠 뒤 골짜기를 이리저리 뒤져 도끼를 찾았다. 다음날 다시 옆집의 아들을 보니 동작과 태도 모두 도끼를 훔친 범인과 같이 보이지 않았다.
이웃집 아들이 변한 것이 전혀 없는데 자신이 생각하는바 편견에 얽매이는 것이 없어졌을 뿐이었다. 좋아하든가 싫어하든가 어떤 생각에 사로잡히면 일이 반드시 어그러지게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같은 이야기가 ‘列子(열자)’ 說符(설부)편에도 나온다.
의심이 의심을 낳는 중생들에게 부처님은 지혜 없는 자가 의심 끊을 날이 없다고 했다. 자신의 생각만이 옳고 남의 의견은 마음에 들지 않아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사람들과는 더불어 살 수가 없다. 자신이 잘못된 점이 있는지 남의 충고를 받아 들여야 발전이 있다. 그렇다고 남이 하는 이야기를 무조건 ‘옳소!’하고 자기 의견을 수정한다면 그것도 옳지 않다.
菜根譚(채근담)에 이에 관한 좋은 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의심한다고 하여 자신의 견해를 굽히지 말고, 자신의 생각대로만 하여 남의 말을 물리치지도 말라(毋因群疑而阻獨見 毋任己意而廢人言/ 무인군의이조독견 무임기의이폐인언).’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