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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4일 목요일

절영지연絶纓之宴 - 갓끈을 끊고 노는 잔치

절영지연絶纓之宴 - 갓끈을 끊고 노는 잔치

절영지연(絶纓之宴) - 갓끈을 끊고 노는 잔치

끊을 절(糸/6) 갓끈 영(糸/17) 갈 지(丿/3) 잔치 연(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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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끈과 푸근한 술자리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옛 사람들은 주연에서도 근엄하게 의관을 정제하고 기품 있게 즐겼는데 갓끈을 풀어헤치다니 그만큼 격식을 잊고 분위기를 즐기라는 의미였겠다. 성대한 술자리에서 흥겹게 논다는 의미의 성어는 杯盤狼藉(배반낭자)나 觥籌交錯(굉주교착, 觥은 뿔술잔 굉, 籌는 산가지 주), 주야로 술 마시고 논다는 卜晝卜夜(복주복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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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한 절영지연(絶纓之宴)은 남에게 너그러운 덕을 베푸는 것을 비유하여 단순히 노는 술자리만이 아니고 화합이 잘 되어 생산성을 높이는 회의를 연상할 수 있는 뜻도 포함한다. 絶纓之會(절영지회)나 간단히 줄여 絶纓(절영)이라고도 한다. 劉向(유향)이 지은 說苑(설원)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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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秋五覇(춘추오패)의 하나로 세력을 떨치던 楚(초)나라 莊王(장왕) 때의 얘기다. 어느 해 일어난 반란을 평정한 뒤 공을 세운 문무백관들을 궁중에 초청해 성대한 연회를 베풀고 궁녀들로 하여금 시중을 들게 했다. 밤이 이슥하도록 주연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광풍이 불어 촛불이 모두 꺼져 버렸다. 그 때 왕의 애첩이 비명을 질렀다. 어둠 속에서 누가 가슴을 더듬고 희롱했다며 갓끈을 끊었는데 불을 켜서 갓끈이 없는 사람을 잡아 처벌해 달라고 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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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켜면 왕의 애첩을 희롱한 자가 드러나고 목숨을 잃을 판이었다. 그러자 장왕이 ‘오늘은 과인과 함께 마시는 날이니 갓끈을 끊지 않은 자는 이 자리를 즐기지 않는 것으로 알겠다(今日與寡人飮 不絶冠纓者不歡/ 금일여과인음 부절관영자불환)’며 모두에게 불 켜기 전에 갓끈을 끊도록 명령하고 여흥을 즐겼다. 3년 뒤 장왕은 晉(진)나라와의 전쟁에서 선봉으로 큰 공을 세운 장수에게 상을 내렸는데 그가 이미 왕에게 죽었던 목숨을 건졌던 사람이라고 실토했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