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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4일 일요일

모우전구冒雨剪韭 - 비를 맞으며 부추를 베다, 정성을 다하여 친구를 대접하다. 

모우전구冒雨剪韭 - 비를 맞으며 부추를 베다, 정성을 다하여 친구를 대접하다. 

모우전구(冒雨剪韭) - 비를 맞으며 부추를 베다, 정성을 다하여 친구를 대접하다.\xa0

무릅쓸 모(冂/7) 비 우(雨/0) 가위 전(刀/9) 부추 구(韭/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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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부터 가을까지 수확되는 흔한 채소 부추는 표준말보다 사투리가 더 정겹다. 전라도에선 솔이라 하고, 경상도에서 부르는 정구지는 부부의 정을 오래 지속시킨다고 재미로 精久持(정구지)라 한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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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힘이 좋다고 破壁草(파벽초), 破屋草(파옥초)라 과장하는데 이에 비해 어디서나 잘 자라 귀한 취급은 못 받는다. 그러나 정성을 다하여 친구를 대접한 고사가 있어 우정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는데 바로 비가 오는데도 무릅쓰고(冒雨) 밭에 나가 부추를 베어 왔다(剪韭)는 중국 後漢(후한)의 郭泰(곽태)의 정성에서 비롯됐다. 부추 韭(구)는 땅 위에 무리지어 나 있는 부추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 韮(구)로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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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는 자를 林宗(임종)이라 하고 높은 학문과 덕으로 주위의 숭앙을 받아 명성이 각지에 울렸다. 나중에 향리에 은거하며 수천에 달하는 제자를 가르쳤다. 외척과 환관의 전횡이 넘치는 세상에서도 언행을 신중히 하고 절조를 지켜 화를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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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에게 어느 날 ‘한 친구가 밤에 비를 맞으며 찾아오자(林宗有友人 夜冒雨至/ 임종유우인 야모우지). 부추를 베어다가 전을 만들어 친구에게 대접했다(翦韭作炊餠食之/ 전구작취병식지)’고 했다. ‘자를 翦(전)’은 ‘가위 剪(전)’의 본자다. 南北朝(남북조) 때의 宋(송)나라 范曄(범엽)이 쓴 ’後漢書(후한서)‘에 실려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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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부추를 안주로 내온 것이 진수성찬일리 없다. 갑작스런 친구의 방문에도 부인에게는 술상을 차리게 하고, 자신은 비를 맞으며 밭의 부추를 베어다 대접한 그 정성이 값져 널리 칭송되었다. 곽태의 소박한 대접과 같이 마음에서 우러난 우정은 몇 가지 예를 더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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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리와 궤짝에 있던 것을 뒤엎어 안에 들어 있던 음식을 대접한 王羲之(왕희지)의 傾筐倒篋(경광도협, 筐은 광주리 광, 篋은 상자 협), 아들의 친구를 대접하기 위해 머리털을 잘라 술을 사 왔던 陶侃(도간, 侃은 강직할 간)의 어머니 이야기 截髮易酒(절발역주) 등이다. 도간은 陶淵明(도연명)의 증조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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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 신성하다고 해서 빚을 내어서까지 대접한다고 빛이 나는 것은 아니다. 정성을 다하여 대접하면 薄酒山菜(박주산채)라도 그 어느 것보다 귀하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에 전하는 대조적인 笑話(소화)가 있다. 방문한 친구에게 채소 안주뿐인 술상을 내오며 가난 탓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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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부는 천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친구가 타고 온 말을 잡겠다고 했다. 그러면 집으로 어떻게 가겠느냐고 물으니 뜰에 있는 닭을 빌리면 된다고 했다. 借鷄騎還(차계기환)은 박대한 주인에 대해 꼬집은 말이다. 성찬이 문제가 아니라 정성이 말해준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