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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1일 월요일

기로망양岐路亡羊 - 갈림길에서 양을 잃다, 정확한 방향을 몰라 우왕좌왕하다.

기로망양岐路亡羊 - 갈림길에서 양을 잃다, 정확한 방향을 몰라 우왕좌왕하다.

기로망양(岐路亡羊) - 갈림길에서 양을 잃다, 정확한 방향을 몰라 우왕좌왕하다.

갈림길 기(山/4) 길 로(足/6) 망할 망(亠/1) 양 양(羊/0)

모든 길은 서로 통한다. 서양에선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한다(All roads lead to Rome)는 격언이 있다. 실제 로마에는 군사목적으로 사통팔달의 길이 일찍부터 있었다고 해도 같은 목표에 이르는 데는 많은 다른 길이 있다는 의미로 썼다. ‘길을 두고 뫼로 갈까’란 우리 속담이 있다.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구태여 어렵게 하거나 편한 곳을 두고도 불편한 곳으로 가는 것을 비유한다. 가는 길이 여러 곳으로 통하지만 어리석거나 모험심이 강한 사람이 아니고선 일부러 둘러 가는 어려운 길을 택할 필요는 없다. 여러 갈래난 갈림길(岐路)에서 양을 잃는다(亡羊)는 말은 정확한 방향을 몰라 오락가락하는 것을 뜻한다.

중국 道家(도가)의 전설적인 사상가 列禦寇(열어구)의 ‘列子(열자)’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衛(위)나라에 楊朱(양주)라는 학자가 살았는데 어느 때 이웃집에서 양을 잃었다며 양을 쫓으러 하인을 청하러 왔다. 양주가 법석을 떠는 이웃에 물었다. ‘한 마리 양이 달아났을 뿐인데 쫓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소(亡一羊 何追者之衆/ 망일양 하추자지중)?’ 이웃 양 주인이 대답했다. ‘갈림길이 많기 때문이오(多岐路/ 다기로).’ 허탕을 치고 돌아온 그에게 다시 물었더니 이렇게 답한다. ‘갈림길에 또 갈림길이 있어서였소(岐路之中 又有岐焉/ 기로지중 우유기언).’

이후 양자가 걱정스런 안색으로 말도 하지 않자 제자들이 남의 사소한 가축을 잃은 것에 왜 신경 쓰는지 물었으나 대답하지 않았다. 후일 心都子(심도자)란 제자에게 전한 말은 이렇다. ‘큰길은 갈림길이 많아 양을 잃게 되며, 학문하는 사람은 방법이 많아 삶을 잃게 된다(大道以多岐亡羊 學者以多方喪生/ 대도이다기망양 학자이다방상생).’ 학문하는 사람들이 지엽말단적인 것에만 매달려 근본적인 목표를 잃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란 것을 풍자한 내용이다. 說符(설부)편에 실려 있다.

태초에 길이 있었기에 인간은 그 길을 찾기 위해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선인이 개척해 놓은 지름길을 안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목적지에 이른다. 길은 가까운 데 있는데 먼 곳을 두르는 사람들은 어디서나 있다.

가장 이상적인 대책이라고 철석같이 믿은 것이라도 이용을 잘못해 부작용이 난다. 이럴 땐 재빨리 되돌아서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자기의 길이 옳다고 꾸역꾸역 먼 길을 간다면 모두에게 피해만 준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