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고각하照顧脚下 - 자신의 다리 밑을 살펴보라, 남 탓하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라.
조고각하(照顧脚下) - 자신의 다리 밑을 살펴보라, 남 탓하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라.
비칠 조(灬/9) 돌아볼 고(頁/12) 다리 각(肉/7) 아래 하(一/2)
하늘의 별을 연구한다며 위만 보고 걷다가 개울에 빠졌다. 원대한 꿈을 꾸는데 웬 개울이 가로놓여 방해를 한다고 꾸짖을 일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잘못을 모르고 남 탓을 한다. 그래서 자기 결함은 생각지 않고 애꿎은 사람이나 조건만 탓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속담이 유난히 많다. 비하하는 말이나 낮춤말이 썼지만 ‘소경이 개천 나무란다’, ‘가랑잎이 솔잎더러 바스락거린다고 한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등이고 ‘가마 밑이 노구솥 밑을 검다 한다’는 한역어 釜底笑鼎底(부저소정저)에서 소개한 바 있다.
수신을 잘 한 선비가 잘못을 저지를 수 있어도 보통 사람들과 달리 고칠 줄 안다. 그래서 孔子(공자)는 허물을 남 탓하지 않고 자신에게서 찾는다고 反求諸己(반구저기)라 했고, 잘못을 알면 반드시 고친다고 知過必改(지과필개)라 했다. 더하여 曾子(증자)는 매일 세 번을 반성한다고 三省吾身(삼성오신)이란 말을 남겼다.
불교에서도 쉬운 비유로 큰 깨달음을 주는 좋은 말이 있다. 항상 자신을 비추어 반성하되(照顧) 자기 발밑부터(脚下) 먼저 하라는 이 성어다. 남을 비판하기 전에 자기의 과거 언행을 돌이켜보고 가까운 데를 더 조심하고 신경 써야 한다는 뜻이다. 신발을 가지런히 놓으라는 가르침도 있다. 脚下照顧(각하조고)도 같다.
중국 宋(송)나라 때 발간된 禪宗(선종)의 통사 ‘五燈會元(오등회원)’의 三佛夜話(삼불야화)에서 비롯된 말이다. 선승 普濟(보제)가 慧明(혜명) 등 여러 제자에 명하여 편찬되어 禪(선)의 대의를 밝힌 입문서로 여겨진다는 책이다. 성어가 나오는 부분을 보자. 선승 五祖法演(오조법연)이 자신을 잇는 제자 三佛(삼불)과 함께 밤길을 걷다가 세찬 바람에 등불이 꺼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승이 묻자 佛眼淸遠(불안청원)과 佛鑑慧懃(불감혜근)은 심오한 답을 한 반면 佛果克勤(불과극근)은 ‘발밑을 살펴보십시오(看脚下/ 간각하)’라고 말했다. 스승은 자신을 이을 사람은 克勤(극근)이라 했다. 살피는 看(간)이 照顧(조고)로 바뀌어 사용된다.
이 대답을 한 圓梧克勤(원오극근)은 碧巖錄(벽암록)에 가르침이 남아 있다. 수행과정에서 어떻게 해 볼 방도가 전혀 없는 경지에서는 자신과 가까운 곳부터 해결해야 나아갈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험한 말로 싸우고 욕심이 이글거리는 사회에서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과오를 찾는 것은 천주교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펼쳤던 ‘내 탓이오’ 운동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남의 잘못을 신랄히 지적하다가 자신의 똑 같은 잘못이 드러나도 발뺌하는 ‘내로남불’이 더 기승을 부리는 사회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