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궁즉탁鳥窮則啄 - 새가 쫓기면 부리로 쫀다.
조궁즉탁(鳥窮則啄) - 새가 쫓기면 부리로 쫀다.
새 조(鳥/0) 다할 궁(穴/10) 곧 즉(卩/7) 쪼을 탁(口/8)
사방을 힐끔거리며 눈치를 보는 쥐는 고양이가 나타나면 ‘고양이 앞에 쥐’란 말대로 꼼짝 못한다. 자기에게 겁낸다고 고양이가 막다른 곳까지 쫓는다면 쥐는 최후의 발악을 한다. ‘궁지에 빠진 쥐가 고양이를 문다’는 窮鼠齧猫(궁서설묘, 齧은 깨물 설)의 화를 입는다. 약한 물고기도 몰리면 고래에게 달려든다는 窮魚餌奔鯨(궁어이분경)이나 사로잡힌 새라 할지라도 심하게 괴롭히면 수레를 엎는다는 禽困覆車(금곤복거) 등 같은 뜻의 성어도 많다.
새가 쫓기다가 달아날 곳을 잃고 막다른 곳에 이르면(鳥窮) 도리어 상대방을 부리로 쫀다(則啄)는 이 성어도 미물의 반항이다. 약한 자를 계속해서 괴롭히게 되면 최후의 힘을 다하여 강적을 해친다. 아무리 궁지에 몰린 적이라도 씨를 말릴 듯 끝까지 공격하지 말라는 窮寇勿迫(궁구물박)이란 孫子兵法(손자병법)의 가르침을 따라야 피해가 적다. 性惡說(성악설)을 주창한 戰國時代(전국시대) 말기의 사상가 荀況(순황)은 유학을 재정비하여 ‘荀子(순자)’를 저술했다. 哀公(애공)편에 이 성어가 사용됐다. 내용을 보자.
孔子(공자)의 수제자인 顔淵(안연)이 魯(노)나라 定公(정공)을 모실 때였다. 東野畢(동야필)이란 사람이 말을 잘 부리기로 소문났다. 정공이 그에 대해 칭찬하며 안연에게 의견을 물었다. 좀처럼 남을 비방하지 않는 인격자 안연이 시큰둥해 하면서 동야필이 장차 말을 잃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공이 실망하여 기분이 상해 있었는데 며칠 후 과연 동야필이 말을 잃었다. 정공이 안연에게 그리 될 줄 어찌 알았는지 물었다. 안연은 ‘새가 궁지에 몰리면 쪼고, 짐승이 궁지에 몰리면 할퀴며,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거짓을 부리게 됩니다(鳥窮則啄 獸窮則攫 人窮則詐/ 조궁즉탁 수궁즉확 인궁즉사)’라면서 동야필이 험난한 곳을 지날 때도 평지와 똑 같이 말을 다그치니 달아날 줄 알았다고 했다.
조그만 쥐나 짹짹대는 새도 궁지에 몰리면 죽기 살기로 달려든다. 잘 달리는 말도 채찍만 휘두르다간 벗어날 궁리만 한다. 목표달성을 위해 강행군을 시키는 단체의 지도자는 어느 정도까지는 몰라도 조직원들이 필시 중간에 주저앉는다. 부하를 궁하게 하면 반드시 자기가 궁하게 되는 법이다. 일을 시키더라도 능력을 감안해서 단계적으로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