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의 시작 2편
■ 조선의 시작 2편
밖에서 기다리던 신하들이 줄줄이 늘어서서 태조에게 절을 올리고 북을 치면서 만세를 불렸다. 모두가 왕위에 오르기를 권고하였다.
“나라에 임금이 있는 것은 위로는 사직을 받들고 아래로는 백성을 편안하게 할 뿐입니다. 고려는 건국 이래 500년이 넘어 그 운이 다했습니다. 공양왕은 스스로 사직과 백성의 주재자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사저로 물러갔습니다. 다만 군정과 국정의 사무는 지극히 번거롭고 중대함으로 하루라도 자리를 비울 수는 없습니다. 마땅히 왕위에 올라서 신과 백성의 기대에 부응하소서.”
태조는 왕위에 오르라는 요청을 여러 번 거절한 뒤 이윽고 입을 뗀다.
“예로부터 제왕이 일어나는 것은 천명(天命)이 있어야 한다. 나는 실로 덕(德)이 없는 사람인데 어찌 감히 이를 감당하겠는가.”
태조는 천명을 내세워서 자신이 왕위를 빼앗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덕이 없다는 겸손의 표현으로 왕위에 오를 수 없다고 짐짓 거절한다. 누가 이것을 태조의 진심이라고 믿겠는가? 짜고 치는 고스톱인 것이다. 대소 신하와 한량기로들이 다시 간절하게 왕위에 오를 것을 권고하니 태조는 마지못한 듯 수창궁으로 가겠다고 했다. 왕위에 오르겠다는 승낙의 표시인 것이다.
다음 날 7월 17일 모든 신하들은 먼저 수창궁으로 가서 태조를 영접했다. 태조는 말에서 내려 걸어서 수창궁 안으로 들어갔다. 태조는 임금의 자리인 어좌(御座)에 앉지 않고, 그 옆 마루에 선 채로 신하들로부터 즉위 축하 인사를 받았다. 태조는 육조의 판서 이상 관원은 전각의 월대 위로 오르게 하고 취임사를 했다. 태조가 왕위에 오르는 즉위식이 이루어진 것이다. 신하들의 하례 인사와 태조의 즉위 연설뿐이었다.
즉위식은 소박했다. 새로운 국호를 선포하거나 즉위식의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풍악이나 춤, 축하사절은 없었다. 태조는 사실상 무력으로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세웠지만, 그가 내세운 것은 천명과 덕이었다. 하늘의 부름 천명으로 건국의 명분을 명확히 하고자 했고, 자신의 덕이 부족하다는 낮은 자세로 임했다.
- 3편에 계속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