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죄인불노罪人不孥 - 죄인의 처자식에게 죄를 미치지 않게 하다.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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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일 화요일

죄인불노罪人不孥 - 죄인의 처자식에게 죄를 미치지 않게 하다.

죄인불노罪人不孥 - 죄인의 처자식에게 죄를 미치지 않게 하다.

죄인불노(罪人不孥) - 죄인의 처자식에게 죄를 미치지 않게 하다.

허물 죄(网/8) 사람 인(人/0) 아닐 불(一/3) 자식 노(子/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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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지은 죄를 자식에게도 벌한다든가 반대로 아들딸의 범죄에 그 부모는 고개를 들지 못하는 죄인이 된다. 범죄자가 나쁜 짓을 저질렀을 때 그 가족에게도 처벌하는 것이 緣坐制(연좌제)다. 한 개인의 범죄를 도덕적 책임을 넘어 이웃이나 가족에게도 불이익을 주는 일은 고대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선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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秦(진)의 법치를 이룬 商鞅(상앙)의 什伍之制(십오지제)나 조선 초기의 五家作統法(오가작통법)은 자치를 위한 제도였어도 연대책임에 악용됐다. 오늘날엔 대부분 없어졌다 하더라도 까마득한 옛날 周(주)나라에서 죄를 저지른 죄인(罪人)의 처자식에게는 죄가 미치지 않도록(不孥) 했다니 놀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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殷(은)나라의 폭군 紂王(주왕)을 멸하고 주나라를 건국한 武王(무왕)은 부왕 文王(문왕)이 선정으로 백성을 잘 다스린 덕이 컸다. 문왕이 주왕의 핍박을 피해 쫓겨 간 岐(기) 지역에서 백성을 다스릴 때 자세한 내용은 ‘孟子(맹자)’에 문답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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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聖(아성)으로 불린 맹자의 시대에는 제후들이 부국강병책을 추진하여 힘으로 누르는 覇道(패도)정치가 유행했다. 각국을 돌며 仁義(인의)를 주창한 맹자가 齊宣王(제선왕) 등의 초청으로 찾아가 나눈 대화 속에 문왕이 어떻게 백성들과 與民同樂(여민동락) 했는지 내용이 자세하다. 梁惠王(양혜왕) 하편에 제선왕이 王度(왕도)정치에 대해 가르침을 구하자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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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왕이 기 지역을 다스릴 때 이야기로 시작한다. ‘농사짓는 사람에게는 9분의 1 세금을 거두었고 벼슬하는 자는 대대로 봉록을 주었고(耕者九一 仕者世祿/ 경자구일 사자세록)’, 또 ‘물고기 잡는 보를 금지하지 않았고, 죄인을 처벌하되 처자식까지 연좌하지는 않았습니다(澤梁無禁, 罪人不孥/ 택량무금 죄인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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九一(구일)은 땅을 공동 경작한 1/9만 세금을 내는 井田制(정전제)를 말하고 梁(량)은 고기 잡는 통발을 가리킨다. 백성들의 생업에 지장을 줄만큼 강압적으로 다스리지 않았다는 말이다. 여기에 이어 의지할 데 없는 鰥寡孤獨(환과고독), 홀아비와 과부, 고아와 자식 없는 노인 등 네 부류의 사람들을 먼저 돌보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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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왕 보다 앞서 전설상의 성왕 舜(순)도 대를 이은 죄는 묻지 않았다. 夏(하)의 시조 禹王(우왕)은 부친이 치수에 실패했으나 책임을 묻지 않고 중책을 맡겨 홍수를 막았다. 현신 皐陶(고요, 陶는 질그릇 도, 사람이름 요)가 순임금을 칭송한다. ‘尙書(상서)’ 舜典(순전)에 나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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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사람을 대범하게 대하고 백성을 대범하게 다스리며(臨下以簡 御衆以寬/ 임하이간 어중이관), 벌을 주되 자손에게 미치지 않게 하고 상은 후손에 이르게 했다(罰弗及嗣 賞延于世/ 벌불급사 상연우세).’ 오늘날 연좌제는 없어졌어도 가족의 잘못으로 고위직들의 책임 유무를 두고 여전히 시끄럽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修身齊家(수신제가)는 필요한 모양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